쿠마라는 소읍에 한 무녀가 살고 있었다. 평생 소원이 오래 살고 싶은 것이었다. 하루는 제우스신에게 장수를 애원하게 되었고, 신은 이 무녀의 소원을 허락했다. 죽음을 염려하지 않고 살게 된 이 무녀는 날이 갈수록 늙어만 갔다. 장수는 얻었지만 젊음도 함께 달라는 것을 잊고 구하지 못하였기에 끝없이 늙어만 갔다. 늙고 마른 모습으로 항아리에 매달려 고통 속에 있는 이 무녀에게 당신의 소원이 무엇이냐고 어떤 이가 물었더니 죽고 싶다고 대답했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이 무녀에게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4월에 생명이 약동하기 시작하는 것은 보기조차 괴로운 일이었다. 이 희랍 신화를 배경으로 쓴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꽃피우며…”라고 시작된다. 꽃 피고 새 우는 봄이 와도 삶을 만끽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삶은 고된 것이다.
독재 체제를 민주주의 체제로 바꾸면 삶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믿는 사람들은 이런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력이라는 수단도 불사하게 되었으니 지금 이라크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목적이 성취되면 보다 나은 삶의 질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어떤 고통을 얼마나 많이 얼마 동안 겪어야 할지가 문제이고,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남이 쟁취해주는 것이 옳은 지는 시간이 말해주리라. 4월을 맞으며 착잡한 심정이다.
알라바마 주립대 특수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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