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배달된 본보 1면에는 보는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사진이 한장 실려 있다. 포로로 사로잡힌 이라크인 아버지가 4세난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는 장면이다.철조망 수용소에 갇힌 채 중세 사형수들을 연상케 하는 검은 보자기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고 아들은 맨발에 울고 있는 장면이다. 이들 부자는 나자프에서 포로로 붙잡혔는데 미군측의 배려로 함께 지내고 있다는 사진 설명이 붙어 있다.
옛날 속담에 "백성은 임금 잘 만나야 하고 여자는 남편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지도자 잘못 만나 수십년 동안 고생하고 있는 이라크 국민의 운명에 절로 한숨이 나온다.
전쟁을 할 때마다 후세인에게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이란과의 전쟁은 호메이니의 회교원칙주의 혁명이 이라크에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고, 쿠웨이트 침공은 이라크를 경제적으로 일으키기 위해 옛날 영토를 다시 회복하기 위한 것이었고, 이번 전쟁은 자신은 가만있었는데 미국이 일방적으로 쳐들어왔다는 것이 후세인의 설명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집권한 25년 동안 이라크 국민은 내내 전쟁에 시달려 마음 편한 날이 없었고 국민소득이 4,000달러에서 500달러로 떨어지는 빈민생활을 하고 있는 점이다. 참모들 중에 바른 말하는 사람이 그렇게도 없었던가.
있었다. 이란과의 전쟁이 한창일 때 후세인은 각의를 소집해 무슨 말이든지 좋으니 지금의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의견을 제시해 보라고 아량을 보였다. 이때 이브라힘이라는 보건상이 "현 난국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각하(?)께서 잠시 물러나야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브라힘은 다음날 처형되었다. 그 후부터는 아무도 자기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
후세인에게는 탁월한 능력이 하나 있는데 관상 보는 능력이라고 한다. 특히 누가 자기를 배반할 것인가에 대한 관상 능력은 수준급인 모양이다. 그는 의심이 많아 보디가드는 모두 그의 고향인 티크리드 출신이며 그 중에서도 자신의 씨족인 부나시르족 출신만 채용하며 이들에게는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국가경영은 마피아식이다. 대통령이 어디서 자는지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아랍 정상회담에도 대리만 보내고 충성하는 부하는 부유한 생활을 보장해 준다. 그의 보디가드는 200명이며 그 중에서도 무라와킨으로 불리는 40명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아들 우다이가 실각 당한 것도 무라와킨 1명을 싸움 끝에 죽인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라크가 미국과 싸워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후세인이 미국과의 전쟁을 마다하지 않은 것은 후세인의 영웅심리 때문으로 보인다. 누가 봐도 과거 걸프전에서 이라크군이 참패했는데도 후세인은 이라크가 승리했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을 비롯한 40개국 연합군과 싸운 나라가 이라크말고 중동에서 누가 있는가. 미국과 싸운 자체가 이라크 민족의 승리다. 이런 논리다. 마치 김두한과 싸운 골목대장이 얻어맞고도 싸움 자체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식이다. 져도 밑질 것 없다는 이야기다.
그는 유대인을 내쫓은 네부카드네자 대왕이나 십자군을 물리치고 예루살렘을 회복한 살라딘 왕을 가장 존경하며 자신이 중동 현대사에서 그와 같은 영웅으로 떠오르기를 희망한다.
만약 바그다드 시가전에서 이라크가 참패한다면 후세인은 성경에 나오는 삼손식 최후를 택할지도 모른다. 수만명의 적을 죽이고 자신도 장렬하게 전사한다는 시나리오다. 영웅주의 광신자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후세인연구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후세인은 2,650갤런의 탄저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후세인의 최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미군에 엄청난 탄저균 피해자가 생기고 게다가 후세인이 영웅적인 죽음을 택하는 날엔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이 이겨도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 철<주필>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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