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칼럼
▶ 김명욱 <종교전문기자.목회학 박사>
법은 법이다. 사람은 법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자동차 운전자는 신호등의 빛깔에 따라 서거나 가야 한다. 이것도 법을 지키는 것이다. 법으로 빨간 불에서는 서게 만들었고 초록 불에서는 가게 만들어 놓았다. 빨간 불에 가거나 초록 불에 서 있으면 법을 어기는 것이 된다. 그러면 무질서가 도래한다. 생명에 위험이 올 수도 있다.
작은 법을 어기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큰 법을 어기면 제재를 받아야 한다. 큰 법을 어긴 것이 확정되면 형무소에 가야 한다. 작은 법을 어기는 것은 일상생활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다. 주차위반을 한다. 티켓이 발부된다. 티켓엔 ‘길티’(guilty) 혹은 ‘낱 길티’(not guilty) 난이 있다. ‘죄를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란 항이다.
죄를 인정하면 ‘길티’ 난에 표를 하고 벌금을 물어야 한다. 죄를 인정치 않으면 법정에 가서 자신의 무죄임을 증언해야 한다. 그리고 판사의 재판을 받아야 한다. 주차위반 같은 조그만 법을 어기고 티켓의 ‘길티’(유죄)에 표를 하려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걸린다. 무슨 큰 죄라도 진 사람처럼 불편해진다.
그래서 어떤 때는 그 난에 표시를 안 하고 벌금만 보낼 때도 있다. 그래도 벌금 보낸 그 자체가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 된다. 미국에 들어와 교통법 위반으로 벌금 문 것만 해도 엄청나다. 자동차가 끌려간 것도 여러 차례 된다. 특히, 뉴욕시는 주차안내판이 복잡 미묘하게 돼있다. 신경 쓰지 않고 지나치면 자신도 모르게 죄인이 되고 벌금도 물어야 한다.
얼마 전 뉴저지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갈 때는 조지 워싱턴 브리지를 통과해 건넜다. 볼일을 마치고 뉴욕으로 돌아 올 때 링컨 터널로 들어섰다. 톨 부스에 분명 ‘이지 패스’와 ‘캐쉬’ 싸인이 함께 켜져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돈을 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돈 받는 사람이 없었다. 들어가는 사이 신호가 바뀌었는지 이상한 일이었다.
돈 받는 사람이 없으니 라인을 바꾸어야 했다. 차를 빨리 빼면 될 것 같았다. 그냥 지나가면 법을 어기는 ‘뺑소니차’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새 뒤에는 차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뒤로 빼려고 시간을 끄니 뒤에선 난리다. 이 광경을 본 오른쪽 캐쉬 라인에 있던 돈 받는 공무원이 소리를 지르면서 그냥 지나가라고 했다.
터널 통행료를 받는 공무원이 지나가라 하니 기분이 좋았다. "어, 이럴 때엔 그냥 지나가도 되는구나. 오늘은 미국 와 처음으로 공짜 톨을 지나가네"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후 약 2주가 지난 뒤 집으로 벌금통지서가 날아왔다. 톨 비 6달러에 벌금 25달러 모두 31달러였다. 통지서엔 ‘길티’와 ‘낱 길티’가 있어 죄를 인정하라는 항목도 있었다.
"법은 법이로다, 공짜가 어디 있으랴!" ‘죄’를 인정한다는 곳에 표시를 하고 벌금을 우편으로 보내 주었다. 잘못은 인정해야 한다. 이런 일이 있은 다음 다시 뉴저지에 갔다 올 일이 있었다. 링컨 터널 톨 부스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캐쉬’라 쓰여있는 길게 늘어선 자동차 줄 뒤에 차를 붙였다. 통행료 6달러를 주고 기분 좋게 뉴저지를 빠져 나
와 뉴욕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금년 들어 나는 세 번이나 법을 어겼다. 그 결과 아내 모르는 세 번의 벌금을 물어야만 했다. 첫 번째는 뉴욕 플러싱에서 잘못 파킹 시켰다 105달러 상당의 법을 어긴 것. 두 번째는 퀸즈 써니사이드에서 동전 좀 아끼려다 35달러 상당의 법을 어긴 것. 세 번째는 몰래카메라에 찍혀진 고의성 아닌 ‘링컨터널무사통과’로 받게된 31달 상당의 법을 어긴 것 등이다.
가끔 공용 주차장이나 길가에서 주차범칙금 딱지를 발부하는 요원들을 볼 때 미운 생각이 들곤 한다. 어떤 운전사는 도넛 가게 앞에 깜박이를 켜고 잠깐 차를 세워놓고 커피 사러간 사이 위반 티켓을 받는 사람도 있다. 주차요원들은 귀신처럼 나타나 티켓을 발부한다.
주차, 혹은 정차 위반으로 빨간딱지가 자동차에 붙은 날이면 그날 하루가 뒤숭숭, 영 즐겁지가 않다. 그러나 티켓을 떼는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법을 위반한 자에게 범칙금을 발부하고 있을 뿐이다. 작은 법도 법이요, 주차 위반도 법 위반이기에 그렇다.
그들을 밉게 볼 게 아니라 자신이 먼저 법을 위반하지 않으면 된다. ‘법’과 ‘밥’은 거의 같은 어감의 느낌을 준다. 법을 잘 지키는 사람이 밥을 잘 찾아먹는 사람이라고 해석을 해도 좋지 않을는지. 6달러의 톨 비를 줄 잘못 찾아들어 31달러를 내는 ‘죄인’이 없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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