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처음 지하철이 깔린 곳은 영국 런던이다. 19세기 중반의 런던은 대영제국의 수도였을 뿐 아니라 세계의 중심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도시가 번성하고 사람이 모여들면 제일 먼저 골칫거리로 떠오르는 것이 교통 문제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 당시로서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떠오른 것이 지하철이었다. 1863년 패딩턴과 패링턴 가를 잇는 4마일 구간의 첫 지하철 개통 뉴스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런던 다음으로 지하철이 등장한 곳은 1870년 뉴욕이다. 런던 지하철이 증기기관차를 이용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뉴욕 지하철은 대형 팬을 돌려 움직였다. 당시만 해도 지하철은 대중 교통 수단이라기보다는 고급 교통 수단에 가까웠다. 역 안에는 그랜드 피아노와 샹들리에가 걸리고 금붕어가 뛰노는 연못도 있었다. 뉴욕 지하철은 한 블럭 길이로 왕복 요금이 25센트나 됐는데도 첫 해 40만 명이 이용했다.
그 후 도심 대중 교통 수단으로 지하철의 효율성이 널리 인정받으면서 이제는 전 세계 대도시 치고 지하철이 없는 곳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널리 보급되기에 이르렀다.
빠르고 편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형 사고의 위험이 상존한다는 점은 지하철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지적됐다. 지하 깊숙한 밀폐된 공간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출구가 막히거나 불이 나갈 경우,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
18일 대구에서 발생한 지하철 방화 사건은 이런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언론들도 주요 뉴스로 다뤘다.
인명 피해가 워낙 큰 탓도 있지만 한국 신문이 안전 미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미국 신문은 테러 위협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공항과는 달리 경비원도 제대로 없으며 매일 수십 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은 테러리스트들이 보기에는 안성맞춤의 타겟이라는 것이다.
휘발유 통을 든 정신병자가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내게 했다면 테러 집단이 조직적으로 일을 꾸민다면 수천 명의 피해자가 나오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 같다. 그렇다고 지하철 역 앞마다 검문소를 세우고 수많은 승객들을 일일이 조사할 수도 없고 고민거리는 고민거리다.
아무리 열심히 테러와의 전쟁을 벌여도 마음먹고 일을 저지르겠다는 테러리스트를 모두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번 지하철 방화 사건은 보여주는 것 같다.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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