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밸리에 사는 S씨는 몇주전 친지들을 일식집으로 초대했다. 주류 사회에서도 인기있는 프렌차이즈 일식당이 한인 소유란 사실을 알고‘이왕이면’ 하는 생각에 예약을 했다. 그러나 S씨는 자리에 앉으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북적북적 분위기가 살아있는 메인 홀이 아니라 썰렁한 뒷방 같은 곳으로 안내가 된 때문이었다.
“일부러 우리를 외진 곳에 앉혔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보니 메인 홀의 손님들은 모두 백인이더군요. 꼭집어 불평할 수는 없지만 기분은 씁쓸했습니다”
한인들이 ‘외진 자리’ 때문에 가끔씩 기분이 상하는 식당 중에는 또 코리아타운의 한 스테이크 전문식당이 있다. 백인손님들은 1층으로 안내되고 한인등 소수계는 위층으로 안내된다는 것이 한인손님들이 막연히 느끼는 기분. LA의 한 회사원도 그런 손님중의 하나였다.
“그 식당에 서너번 갔는데 갈때마다 위층으로 안내되더군요. 아래층엔 언뜻 보아도 대개 백인손님들이에요. 괜히 기분 상할 필요 없어서 다시는 그 식당에 안 갑니다”
젊은 층 대상 나이트 클럽들이 소위 ‘물 흐려질까 봐’나이든 층을 받지 않는 것처럼 이들 식당도 그 비슷한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
‘얼굴’ 못지 않게 차별 의심을 갖게 만드는 것은 이름이다. 50대의 한 주부는 식당을 예약할 때 더 이상 자신의 이름을 쓰지 않는다.
“우연일지는 모르지만 내 이름으로 예약했을 때보다 미국 이름을 가진 딸이 예약을 했을 때 자리가 더 나았던 것같아요. 남의 나라에 와서 살다보니 피해의식이 있는 건지도 모르지요”
드러내놓고 불평할 거리는 없지만 이따금씩 기분을 썰렁하게 만드는 이런 차별 혹은 우연은 순전히 우리의 피해의식 탓일까. 그렇지만도 않을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요즘처럼 구직난이 심한 때에 이름 때문에 직장 구하기가 더 어렵다면 그건 기분이 상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시카고대학과 MIT 연구진의 조사에 의하면 이름 차별이 존재한다.
연구진은 특정 인종을 드러내는 이름이 취업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가짜 이력서로 실험을 했다. 신문에 구인광고를 낸 1300개 회사에 각 4매씩의 가짜 이력서를 우송했다.
자격은 같고 이름만 백인 이름, 흑인 이름으로 다른 쌍둥이 이력서들이었다. 결과는 백인 이름의 이력서에는 10통중 한통꼴로 응답이 온 반면 흑인 이름 이력서에는 15통중 한통꼴로만 응답이 왔다. 백인 이름이면 구직전선에서 일단 유리하다는 결과이다.
미국사회 구석구석에 깔린 차별정서가 말끔히 걷히려면 아직도 시간이 더 지나야 할 것 같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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