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이면서도 반정부 시위로 인해 주유소에서 6시간씩 기다려 개스를 넣어야 했던 베네수엘라에서는 냄비시위가 중요한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다. 냄비시위는 말 그대로 냄비를 두드리면서 단합된 모습을 보이는 집단행동이다.
집 부엌에서, 마당에서, 도로변에서, 사거리에서, 차안에서 냄비를 두드린다. 초등학생부터 할아버지까지 남녀노소 구별이 없다. 냄비시위는 대개 30분간 계속된다. 한국의 노태우 정권이 6.29선언을 하게끔 한 시민들의 경적시위를 연상케한다.
냄비시위는 야당을 비롯한 반정부 세력들이 정부 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는 민심을 뒤흔드는 정치성을 지니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민들의 비폭력 주권행사란 점에서 그 본래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냄비시위의 가치는 자발성에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주민들은 진심으로 복받치는 ‘그 무엇’에 의해 움직이고 동참한다. 시위 참여자들의 마음은 같지만 사용하는 냄비는 다양하다. 부엌에서 사용하는 냄비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시위용 냄비를 들고 나오는 주민도 있다. 아예 시위용 냄비를 제작해 판매하는 업체들이 있으니 이상한 일도 아니다. 이들 시위용 냄비는 냄비에 두드리는 도구까지 구비돼 있어 편리하다는 게 장점이다.
시위용 CD도 있다. 이 CD에는 냄비 두드리는 소리가 흥겨운 리듬으로 녹음돼 있어 분위기를 띄울 때 제격이다. 택시나 자가용 운전자들은 운전 중이라 냄비를 직접 두드리지는 못하지만 CD를 크게 틀어 흥을 돋운다. 냄비 소리도 “땡땡 땡땡땡” 운율을 탄다. 이렇듯 냄비 시위는 국민이 하나되는 성대한 잔치로도 여겨진다. 공동의 목적을 위해 작은 이견을 뒤로 미루고 똘똘 뭉치는 계기이다.
한인사회에 최근 불거져 나온 ‘북한 공작원’ 사건으로 묘한 갈등 기류가 흐르고 있다. 체포된 당사자의 혐의 사실은 수사 및 재판 결과에 따라 실정법으로 다루면 될 일이다. 섣부른 예단으로 불협화음이 조성된다면 커뮤니티로서는 적지 않은 손실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라크, 테러, 북한 핵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CBS-TV가 한국의 반미감정을 특집 보도해 미국인의 심기를 건드렸다.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알수 없는 요즘이다. 미국 땅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소수계임을 잊어선 안 된다. 친미, 반미, 친북, 반북으로 티격태격할 때가 아니다. 이쯤해서 그만하고 커뮤니티의 공동선을 모색하자며 냄비를 두드릴 때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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