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2600억원 드라마… 긴장→허탈→잠 못드는 밤
긴장? 허탈-불면의 밤.
2003년 2월 8일 밤. ‘1000억 원 대박’이라는 광풍에 휘말렸던 온라인 로또 복권 10회차 구입자들은 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다.
이들은 이날 밤 8시 45분 숨을 죽이고 SBS TV를 통해 당첨 번호를 확인했고, 빗겨나간 번호에 허탈해 하며 주위에 당첨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돌리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 텅빈 도심
추첨 시각 서울 도심은 마치 과거 민방위 훈련 당시를 떠올릴 정도로 한산했다. 기차역 대합실과 고속터미널 등 인파가 몰리는 곳의 TV 앞은 인산인해를 이룬 반면 유흥가가 밀집된 지역은 쥐죽은 듯 썰렁했다.
또 일부 술집등에서는 추첨 시각이 임박하자 이야기를 멈추고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날리는 등 번호를 확인하느라 여념 없었다.
서울 종로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던 대학생 이 모 씨(25)는 “추첨 방송 직후 한 사람이 당첨 번호를 호프집 벽에 붙이자 그 번호를 확인하느라 손님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고 했다.
▲ 다이얼을 돌려라
직장인 남 모 씨(32). 5만 원을 들여 25장을 구입했던 남 씨는 로또 당첨 번호 확인 직후 자신의 당첨 확인을 하느라 5분여를 소비했다.
1만 원짜리 한 개 당첨된 데 허탈해 하던 남 씨는 곧 심심풀이로 “당첨 후 당첨금의 1%를 나누기로 하자”고 약속한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나도 꽝”이라는 말이 전부였다.
지난 설에 이어 20만 원 어치를 부모와 형제들에게 선물했던 이 모 씨(29ㆍ컴퓨터 프로그래머) 역시 전화를 돌렸다가 “5등에 한 사람만 당첨됐다”는 비보를 들어야 했다. 이동통신사에 따르면 추첨 직후 전국의 휴대폰 통화량은 평상시보다 30% 가량 늘었다.
▲ 자판을 두드려라.
당첨 번호가 알려진 직후 국민은행 홈페이지는 한때 다운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TV를 보지 못한 네티즌들은 1등 번호 확인과 함께 혹시나 모를 당첨자 신상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으로 몰려들었다.
3만 원을 들여 온라인 모임을 통해 공동 구매에 참여했던 성 모 씨(24)는 혹시 다른 참가자가 당첨되지나 않았을까 확인하기 위해 밤새도록 인터넷을 떠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5등에 당첨된 대학생 박 모 씨(24)도 “1등에 당첨되는 비법을 알아보기 위해 새벽까지 인터넷 서핑을 했다”며 허탈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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