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대가리가 하얀 것과 까만 것이 어떻게 다른 거지? 꼬리가 하나 달린 것과 둘 달린 것은 어떻게 다른 거야?"
음악에 기초도 모르는 남편이 합창단에 가입하고 연습을 시작하면서 나에게 물어온 질문들이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배운 건대 그것도 모르세요!" 하고 핀잔을 주면서도 남편이 대견스러워 집에서 시간이 나는 대로 합창단에서 부를 노래와 박자 연습을 마르고 닳도록 반복해 본다. "아무래도 엉뚱한 곳에 발을 드려놓은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그만 두어야겠다"던 남편이 어느새 "하면 된다"면서 매주 연습 날이면 나보다 먼저 서둘러 합창단 연습장으로 향하더니 이젠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개근하고 있어 너무도 신기하고 기특하다.
새크라멘토 한인 합창단은 이제자 교수의 지휘와 지도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동안 남성 파트는 수적으로 열세하고 대부분 합창단 경험이 없는 사람들 이여서 큰 어려움이 따랐으나 남성 파트의 특별 지도로 많이 향상되고 있다. 지난달에 한인 합창단 창단식을 준비하면서 단원들이 동분서주하며 맡은바 임무를 열심히 담당하는 모습을 보고 남편은 "이 아름다운 분위기에서 결혼식이나 은혼식이라도 한번 더 하고 싶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창단식 당일에는 기대 이상의 많은 교민들과 내빈들이 참석하셔서 여러모로 칭찬과 격려를 주셔서 큰 힘이 됐다.
북가주 한인 신문들의 일면 컬러 톱기사로 소개됐던 한국이민 100주년 기념 합창 공연에서는 매스터 코랄의 이종헌 지휘자의 지휘로 LA, 오크랜드, 샌프란시스코와 새크라멘토 등지의 한인 합창, 중창 단원들이 함께 모여 입을 모았다. 일반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샌프란시스코의 데이비스 연주홀에서 한국 환상곡, 경복궁 타령, 베토벤 9번 교향곡 등등을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추어 마음을 다해 노래했을 때 공연장은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였었다.
나는 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 연주회에서 많을 것을 배웠다. 합창은 몇몇 자질이 부족한 사람을 밀어내고 뛰어난 사람들로 좋은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미숙한 단원들에게 사랑의 손길로 격려하고 배려하여 진정한 합창을 만들어 간다는 점이다. 이민자인 우리들의 삶에서 합창의 의미는 1, 2등을 다투는 최상의 경쟁이 아니라 함께 뜻을 모으며 사랑을 나누는데 있을 것이다. 보잘것없는 들꽃들이 메마른 들판을 밝혀주고 부질없이 떠가는 작은 구름들이 아름다운 하늘을 수놓는 것처럼 미소한 우리들이 서로에게 온정을 베풀고 함께 뜻을 이루어 갈 때 우리 이민자들의 상처받기 쉬운 삶이 좀더 풍요로워 질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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