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할 때 좋다” “운전석이 높아 시야가 좋다” “자체가 크고 높아 승용차와 충돌해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운전자들의 변론이다.
SUV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 것은 포드가 1966년 선보인 ‘브롱코’다. 질세라 3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셰볼레가 ‘블레이저’를 출시했다. 1980년대 들어서 대중성을 높이기 위한 컴팩트형이 등장하면서 경쟁이 격해졌다. 셰볼레가 1983년 ‘S-10 블레이저’를 소개하자, 1년 뒤 포드가 ‘브롱코 II’로, 크라이슬러의 계열사인 지프가 ‘체로키’를 새롭게 디자인해 도전장을 냈다.
고객이 몰리자 일본회사들도 미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도요타 ‘포런너‘ 닛산 ‘패스파인더’ 이수즈 ‘트루퍼’ 등이 잇따랐다. 1990년대에 이어 2000년대도 SUV는 여전히 강세를 누리고 있다. 포드 ‘익스플로러’ ‘엑스피디션’, 혼다 ‘CR-V’ ‘파일럿’ ‘패스포트’ 도요타 ‘레브4’ ‘하일랜더’ ‘세코이아’ 등등 저마다 뽐내며 달린다.
헌데 수그러들 줄 모르는 SUV의 인기가 요즘 예기치 않던 ‘외풍’을 받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진 시장에 냉기류가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첫 도전은 새 유행이다. 회사마다 앞다퉈 소위 퓨전(Fusion) 스타일을 만들어 내고 있다. 포드의 ‘포커스’처럼 SUV와 승용차를 뒤섞은 듯한 차종이다. SUV를 구입하려던 사람들이 “머지 않아 한물간 차가 되는 것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는 게 딜러의 전언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그렇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면 유가가 폭등해 SUV 구입자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범상치 않은 도전이다.
광범위한 공감을 얻지는 못하지만 사회적으로 ‘왕따’시키려는 것도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선교환경 네트웍이란 단체가 “예수라면 무엇을 탈까”란 문구의 광고를 내보내 개스를 많이 축내는 SUV 운전자들을 비꼬더니, “SUV 운전자는 중동 산유국을 돕는 것이고 이 돈이 테러조직에 흘러들어 간다”는 또 다른 광고가 논란을 일으켰다. SUV 운전자를 사이에 “우리가 죄인이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유행, 경제, 사회적 측면등 세 방향의 공세에서 급기야 민감한 안전 문제까지 터졌다. “SUV 운전자들이 치명적인 전복사고를 당할 위험이 크다”는 국립고속도로 교통안정청 장의 경고가 그것이다. SUV가 사방에서 협공을 받고 있는 셈이다.
전성기는 영원하지 않고 뜨면 지게 마련이다. 승승장구하다 어느새 사면초가에 처한 SUV에서 삶의 순리를 곱씹어 볼 수 있지 않을까.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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