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출신 일가 생활고 못이겨
멕시코통해 밀입국 시도중 체포
“아무려면 미국에서 입에 거미줄 치겠느냐며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말했는데… 남편 없이 애들과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아르헨티나가 경제위기를 맞는 바람에 의류사업까지 날리고 미국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겠다며 알몸으로 멕시코 국경을 넘어 밀입국을 시도하다 24일 연방이민국(INS)에 체포된 김종하(48)씨 가족. 그나마 부인과 어린 두 자녀는 아르헨티나 출신 LA한인의 보증으로 26일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남편은 아직 구금돼 언제 풀려날지 막막하기만 하다.
27일 이들을 돌봐주고 있는 주경택(48)씨의 한인타운 아파트에서 만난 조선족 출신 부인 이송월(32)씨는 아직도 8개월에 걸친 고달픈 멕시코 피난민 생활, 또 미국 밀입국과 체포과정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딸 혜린(8)양과 아들 진만(6)군을 껴안고 한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들이 아르헨티나를 떠나 멕시코로 간 것은 지난4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한때 잘나가던 의류제조 업체를 갖고 있었으나 지난해 12월 들이닥친 외환위기로 가게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사업의 모든 결재 수단인 달러가치가 하루아침에 3배 이상 뛰었기 때문.
미국 대사관에서 관광비자를 신청했으나 거부당했고 목적지를 멕시코로 바꿔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 했으나 이마저 여의치 않자 결국 전재산인 5,400달러를 주기로 하고 멕시칸 가이드를 고용, 미국 밀입국을 시도했다.
지난24일 새벽 4시30분 국경인근 산악지대에 도착한 김씨 가족과 멕시칸 남성, 멕시칸 가이드 등 6명은 춥고 험한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무려 8시간을 걸어 철책선이 없는 국경을 넘는데 성공한 기쁨도 잠시, LA까지 데려다줄 차량을 향해 30분 가량 걷다가 순찰 중이던 국경순찰대 헬리콥터에 의해 적발돼 결국 체포되고 만다.
남편은 한국여권, 부인은 중국여권, 두자녀는 아르헨티나 여권을 소지한 김씨 가족의 사정을 전해들은 INS 심사관의 재량으로 부인과 두 자녀는 추방재판 출두를 약속하고 26일 오후 샌디에고에서 석방됐으나 남편 김씨는 보석심사 일정도 잡히지 않은 채 수감돼 있다.
외아들이었던 김씨는 85년 혼자 아르헨티나로 이민가 성공적인 의류사업을 운영하다 중국을 방문, 당시 길림성에 살고 있던 조선족 3세였던 부인 이송월씨와 94년 결혼하고 두자녀를 낳고 단란한 가정을 이뤘었다. 이송월씨는 “중국에 있는 어머님과 세 여동생들에게 충격을 주기 싫어 아직 연락도 못했다”며 “7년 동안 의류제조업을 하면서 바느질, 패턴등 다해봤기 때문에 일자리만 주어지면 열심히 일하겠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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