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다 끝났네. 보나마나야”
노무현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한 동료가 18일 아침 출근하며 심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국시간으로 18일 밤, 투표를 8시간도 채 남겨두지 않고 국민통합21의 정몽준 대표가 돌연‘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선언을 한 때문이었다.
“정몽준 지지표가 한나라당으로 넘어갈 테니 노무현은 이제 끝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혹시 모르지. 노무현 지지자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기를 쓰고 투표하자는 운동을 벌일지”라는 의견도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는 것이 객관적 사실이었다.
“투표 시작까지 불과 몇 시간, 게다가 한밤중 - 어디다 대고 어떻게 ‘한 표’ 호소를 한단 말인가” - 대부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했다면 “당신은 구세대”라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되었다. 밤도 없고 낮도 없으며, 그래서 잠도 안 자는 세계가 엄연히 존재한다. 바로 사이버 공간, 온라인 세계이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상, 즉 오프라인은 모두 고요히 잠든 18일 밤부터 19일 아침까지(한국시간) 온라인에서는 불꽃 튀기는 전쟁이 벌어졌다. 정대표의 ‘지지철회’ 배경, 정 대표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전해진 노 후보 발언의 상세한 내용 등을 둘러싸고 이회창 후보와 정 대표 지지자들, 그리고 노 후보 지지자들 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저마다 의견을 올리려는 네티즌들의 접속 폭주로 ‘대선특집’을 운영하던 포털사이트 다음(daum.net)은 밤새 게시판 서버를 증설해야 했고,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 역시 접속을 감당 못해 선거 당일 자유 게시판을 폐쇄해야 했다.
선거일 아침이 되며 잠시 잠잠했던 온라인 세계는 오후가 되면서 다시 분주해졌다. 투표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자 노 후보 지지자들이 ‘투표 참여’를 호소하기 위해 다시 사이버 공간으로 뛰어든 때문이었다.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읍소도 있었다. 호소는 효과가 있었다. 다음은 ‘노사모’ 게시판에 오른 글.
“민주노동당원입니다. 어제의 정몽준 지지철회로 어쩔 수 없이 노무현씨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입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 것입니다. 잘들 하시오…”
‘노무현 승리’의 ‘이변’ 뒤에는 ‘인터넷 전사’들이 있었다. ‘구세대’가 안일하게 선거에 대처하고 있을 때 ‘노사모’를 중심으로 한 노 후보지지 ‘신세대’는 온라인을 일찌감치 점령하고 대세몰이를 하고 있었다. 네티즌 지지확보가 21세기에는 선거운동의 기본이 될 것 같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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