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 연 전에 미주리의 한 모임에서 자원봉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4,000시간의 봉사’를 ‘4,000년의 봉사’로 잘못 말한 것이나, 코네티컷 기금모금집회에서 조디 렐 부지사를 잘 아는척하며 주디 켈로 남의 성을 바꿔 소개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썰렁해 진 것은 한 순간의 실수로 넘어갈 수 있는 장면들 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서는 ‘작은 실수’가 ‘큰 화’로 다가올 수 있다. 2000년 자민당 간사장에서 총리로 올라선 모리 요시로는 “일본은 천황을 중심으로 한 신의 나라”라고 시대착오적인 발언을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그는 또 일본 총리로는 처음 직접화법으로, “독도가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상 명확하게 일본 땅”이라고 주장해 물의를 빚고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했었다.
상황이 심해지면 감투를 벗는 상황도 생긴다. 독일의 헤르타 도이블러 법무장관은 부시대통령을 히틀러에 견준 발언을 했다가 불똥이 튀면서 경질됐다. 수퍼 파워를 앞세운 부시의 일방주의로 심기가 불편했다손 치더라도, 기세 등등한 부시의 ‘뺨’을 때렸으니 속은 시원해 졌을지 모르지만 ‘화’를 자초한 셈이다.
소수계 민권운동가로 자처하는 제시 잭슨 목사가 유태인들이 뉴욕을 쥐고 흔든다며 뉴욕을 ‘하이미 타운’(Jaime Town)으로 폄하하는 표현을 했다가 호된 ‘매’를 맞은 것이나, KKK단원이었던 로버트 버드 민주당 연방상원의원이 유색 인종비하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것도 무책임한 발언에 대한 ‘죄값’이었다.
며칠 전 스트롬 서먼드 상원의원의 100세 생일잔치에서 인종분리주의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으로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트렌트 로트 공화당 원내총무도 요즘 ‘세치 혀의 위력’에 하루하루가 죽을 맛일 게다.
로트는 단순한 말실수라며 허겁지겁 진화에 나섰지만 지난 80년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대통령후보 지지연설에서도 “30년 전 서먼드 의원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더라면 오늘날 우리가 처한 것과 같은 (인종)문제는 없었을 것”이라고 해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어렵사리 차지한 다수당 원내총무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압력이 거세고 ‘동지’인 부시도 비난 대열에 가세해 입지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상원 다수당 자리를 재탈환한 기쁨에 도취해 주위를 살피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우를 범한 것이다. “잘나갈 때 더욱 조심하라”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우는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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