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허드슨만에 있는 퀘벡주 북부 이누쿠약 지역에서 며칠 전 진귀한 바위가 하나 발견됐다. 이 바위는 모양이 특출 나서 주목을 받은 게 아니라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장구한 세월을 묵묵히 한자리에서 지내왔기 때문이다.
이 바위의 나이는 38억2,500만살이다. 화산폭발 후 마그마가 굳어 생긴 바위이다. 한 살 한 살까지 바위의 나이를 정확히 계산할 수는 없지만 약 40억년 전 지구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바위라는 게 지질학자들의 추산이다.
과학의 발전에 점수를 듬뿍 주어 사람의 평균수명을 100살로 친다 해도, 우리 인간보다 3,825만번이나 더 많은 ‘윤회’를 거쳤을 것이란 가정이 가능하다. 또 그린랜드 이수아에서 발견돼 지금껏 가장 오래된 바위로 평가되던 화산바위의 나이가 38억 살로 추정됐으니 이보다 2,500년 정도 먼저 터를 잡은 ‘고참’인 셈이다.
현재 학자들이 지구의 나이를 46억살 정도로 매기고 있으니 지구 생성 첫 10억년의 이모저모를 지켜 본 ‘산증인’이랄 수 있다. 퀘벡주 자원국, 퀘벡대학,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의 공동조사팀이 “초기 지구의 역사를 파고들 수 있게 됐다”며 들뜬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달의 생성이나 바다의 박테리아와 같은 생명의 초기 자취에 대해서 제대로 된 정보가 빈곤해 안타까워하던 터라 이 바위는 다름 아닌 ‘보물’로 여겨질 만하다. 변화무쌍한 풍상을 겪었으면서도 한여름 땡볕을 피하지 않았고 한겨울 추위를 겁내지 않았다. 가뭄에 목말라도 물을 구걸하러 이리저리 다니지 않았고 홍수에 익사할 것 같아도 진득하게 참아냈다.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에 패했다고 결과에 불복해 국민과의 맹약을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약삭빠른 정치인은 아둔해 보이는 바위보다도 못한 인간이다. 태고의 바위처럼 발견하기 힘들지 않고,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어도 배울 게 없으니 말이다.
불과 수개월 전 만해도 육두문자를 써가며 상대방에 욕을 퍼붓다가 이젠 상대가 득세하자 한자리 얻으려 그 집 대문을 기웃거리는 사람은 우직한 바위에 견줄 바가 아니다. 돈과 권력 앞에만 서면 마음 약해지는 게 인간인지 모른다. 그래도 일부 무리의 천박한 행태는 눈이 시어 보기 민망할 정도다.
대선이 2강 구도로 압축되면서 LA 한인사회에도 “요기조기 눈치 보다 떡고물을 노리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는 얘기도 돈다. 바위보다 못한 사람들의 요란스러움이 연말을 씁쓸하게 할까 염려된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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