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은 혼다 어코드를 운전하는 C씨는 얼마 전에 6가의 한 샤핑몰에서 친구와 오랜만에 저녁약속을 했다. 퇴근 후 부리나케 차를 몰아 약속 장소에 가서 빈자리에 주차를 시켰다. 주차비를 아끼려 가능하면 길가에 세우던 C씨였지만 친구와의 만남에 들떠 무심코 주차장으로 들어선 것이다.
이 때 한 차에서 갑자기 주차원이 나오더니 서툰 영어로 “투 돌라”(Two Dollar)하며 손을 벌렸다. C씨는 “손님이 차를 세운 뒤 어디선가 슬그머니 나와 돈을 요구했다. 마치 옛날 한국의 유원지에서 건달들이 자릿세를 강요한 것과 비슷했다”며 불쾌해 했다. 이 일이 있은 뒤 C씨는 가급적 이 몰에서 약속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타운의 한 샤핑몰에 들렀던 O씨는 발레파킹을 해 준 주차원에게 1달러를 주었다가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고 했다. “1달러면 되는 줄 알았는데 돈을 받은 주차원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아 조금 더 주었다”며 일부 주차원의 ‘실종된 서비스’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한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나온 L씨는 “주차비가 1달러겠지” 하며 주차원에게 주려했다. 그런데 주차비는 1달러50센트였다. 대체로 그러하듯 동전을 갖고 다니지 않는 터라 2달러를 주었고 주차원은 50센트는 보너스로 간주하는 듯한 기색이어서 거스름돈을 달라기가 멋쩍어 그냥 나왔단다. L씨는 “주차비를 묘하게 책정해 손님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주차 시비는 어제오늘의 아니며 모임이 잦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더욱 빈발할 게다. 그런데 한 식당에서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 놓아 발레파킹과 관련한 ‘짜증 지수’를 낮추고 있다. 타운 내 윌셔가의 한 식당은 주차비를 손님들에게 내 준다. 저녁시간대에 건물 주차장의 주차원에게 팁을 주라며 주차티켓을 갖고 있는 손님에게 빠짐없이 1달러씩 ‘선물’을 주는 것이다.
“손님들이 발레파킹 때문에 언짢아하며 샤핑몰을 떠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이런 아이디어를 냈고 손님들의 반응이 좋아 계속 실시할 생각”이라는 게 식당 주인의 설명이다. 며칠 전 이 식당을 찾은 P씨는 “1달러가 많아서가 아니라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 손님을 배려하는 서비스 정신이 맘에 든다”며 이왕이면 이 식당을 이용할 것이라고 했다.
손님을 끌기 위한 ‘고단수 상술’로 볼 수도 있지만 결국 업소도 흐뭇하고 손님도 기분 좋은 상술이라면 다른 업소들도 한번쯤 시도해볼 만하지 않을까. 경기가 나빠 주머니 사정은 넉넉하지 않아도 씀씀이를 마구 줄일 수 없는 연말에 엔돌핀을 나오게 하는 일이니 말이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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