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이후 테러리즘이 미국인들에게 얼마나 일상적인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 매주 화요일 오후 9시 폭스 네트웍(채널 11)에서 방영되는 TV 드라마 ‘24’를 보면 실감할 수 있다.
24시간에 걸쳐 벌어지는 이야기를 24주 동안 매주 1시간씩 실시간으로 다루는 이 드라마는 24시간 내에 테러리스트들이 LA에서 핵무기를 폭발시킨다는 시나리오를 다루고 있다.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극중의 미국정부는 용의자를 잔혹하게 고문하고, 이를 눈치 챈 언론인을 불법으로 강제 억류한데 이어 정보요원인 주인공은 냉혹한 살인까지 저지른다.
‘24’처럼 핵폭발까지는 아니더라도 최근 연방수사국(FBI)이 경고한 ‘초대형’(spectacular) 테러가 발생한다면, 혹은 이를 저지하려면 미국은 안보를 명의로 어디까지 갈 것인가? 최근 한인 등 이민자들이 공항에서 수시로 분명한 이유 없이 체포되는 사례를 보고, 테러 용의자의 인신 보호 권리(habeas corpus) 침해, 변호사 상담 도청, 군법회의 회부 등을 허용하는 애국법(Patriot Act)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의문이다.
그래도 ‘24’의 악당이나 9·11테러를 감행한 알카에다는 도덕적으로 모호한 것이 없는 경우이지만 테러와의 전쟁이 이라크 혹은 팔레스타인 등으로 확대된다면 더 이상 조지 부시 대통령의 주장처럼 선악이 자명하다고 할 수 없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그러나 테러전의 성과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는 이유는 애초부터 부시 행정부가 테러리즘, 다시 말해 적을 정의하지 못한데 있는 것 같다.
테러리즘의 정의를 살펴보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폭력을 조직적으로 응용하는 행위로 정치지도자의 암살부터 무차별적인 폭탄테러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다.주로 약소국이 강대국에, 소규모 집단이 정부에 투쟁하는 수단으로 안중근 의사가 우리 민족에게는 영웅이지만 일본의 입장에서는 테러리스트인 것처럼, 유럽 레지스탕스가 나치스 독일에게는 테러조직이라고 할 수 있듯이 시초부터 테러리즘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었다.
팔레스타인 분쟁이래 이스라엘군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들이 테러 희생자들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은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러시아와 체첸의 분쟁의 경우에도 어느 쪽에 도덕적 우월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가. 국민들을 대표하는 선출된 정부가 아닌 소규모 집단의 행위를 어떻게 보복할 것인가. 테러리즘에 정당한 명분이 있을 수 있는가. 모두 쉽게 해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들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감행한다면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인 것 같다.
우 정 아<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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