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처음 마신 술은 포도주다. 이란의 북부 산악지대인 자그로스 산맥에 자리잡은 하지 피루즈 테페라는 곳에서 기원전 5,500년께 만들어진 포도주 찌꺼기가 담긴 병이 발견됐는데 이것이 가장 오래된 포도주의 증거로 여겨지고 있다. 가장 오래된 맥주 성분이 담긴 그릇이 발견된 곳도 공교롭게 이란이다. 고딘 테페라는 곳에서 발굴된 이 그릇 조각은 기원전 3,000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맥주가 서민의 술이라면 포도주는 고대로부터 귀족이 즐겨 찾는 음료였다. 메소포타미아 지역 평민들은 맥주를 마시지만 귀족들은 포도주를 수입해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포도주가 고급 음료인 것은 요즘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가구 당 소득이 6만달러가 넘느냐 마느냐가 포도주를 마시느냐 맥주를 마시느냐의 경계로 보고 있다.
포도주는 요즘 가장 빠른 속도로 판매가 늘고 있는 음료의 하나다.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포도주가 약으로서의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옛날부터 알려져 왔다. 18세기 이전까지 와인은 주요 약품의 하나로 쓰였다. 성경에도 사도 바울이 소화제로 포도주를 권한 기록이 있다.
그러나 최근 포도주 붐에 불을 지른 것은 1991년 11월 CBS가 내보낸 ‘프렌치 패러독스’라는 프로그램이다. 프랑스 남서부 주민들은 기름진 음식을 마구 먹고 담배를 피워대며 운동은 좀처럼 하지 않는데도 심장질환이 거의 없는데 매일 레드 와인을 조금씩 마시는 것이 그 원인 같다는 내용이었다. 이 프로가 나간 후 미국 내 레드 와인 판매는 40%가 늘어났으며 그 다음 해에도 39%의 증가세를 보였다.
그 후 와인이 전립선암을 예방하는 기능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는가 하면 최근에는 정기적으로 포도주를 마시면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현저히 준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그러나 술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맥주를 마시는 사람은 오히려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 흥미로운 점은 붉은 포도주가 흰 포도주보다 건강에 좋은 것으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그 때문인지 현재 미국 시장에서 레드 와인 판매량은 화이트 와인의 4배에 달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한인사회에도 포도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호인끼리 와인 클럽을 만들어 시음회를 갖는가 하면 주말이면 그룹을 지어 포도원을 찾는 한인들의 발걸음이 자주 눈에 띈다. 경제적 안정을 이룬 한인들이 늘고 있다는 증거의 하 나다.
연말 연시는 술을 가까이 하게 되는 시즌이다. 폭탄주를 밤새도록 퍼 마시는 것보다는 한잔 정도 가볍게 와인의 향취를 음미하는 것이 올바른 음주문화인지도 모른다.
<민경훈 편집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