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는 늘 동화로 가는 길같이 사각거리는 얼음과자 같다. 오므린 꽃 봉오리가 봉곳이 열리고 꽃잎이 기지개를 펴며 설레이기 시작하면 이건 꽃들의 유년기. 나팔꽃이나 분꽃 저희들끼리는 새벽에 오므리고 있다 한낮이면 마음껏 꽃잎을 다 열어버리고 해질녘엔 얼굴을 숨겨버린다. 가시돋힌 장미는 우아함과, 이슬맺힌 이른 아침의 모습으로 터질듯한 싱그러움을 안겨준다.
주일마다 강대상앞에 장식된 꽃꽂이. 꽃꽂이를 대할때마다 나는 늘 제목을 만들어주었다. 꽃마다 보여주는 미소도 들려주는 은밀한 속삭임도 내게는 각별한 기쁨이었고 바쁘게 보내는 이국 생활에서 풍성하게 주어지는 여유로움이었다. 어느날 글라디오라스가 고고해 보일만큼 한껏 멋을 낸 자태를 드러내었다. 방금 베일을 걷어올린 신부의 화려한 눈빛으로. 봉오리가 꽃으로 피기까지 유년과 청년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고 곧바로 성숙한 자태를 드러내는 꽃 글라디오라스. 그 성숙의 모습이 중년을 연상케 한다.
은은한 꽃빛과 향내까지도 긴 삶을 살아온 숙연함을 풍긴다. 글리디오라스같이 화려한 듯 청초한 품위를 지닌 꽃앞에 서면 저절로 평온해 지는 것은 그런 중년으로 살고싶기 때문이 아닐까. 허리선이 없어지고 등이 휘어지는 노인네로 변할지라도 글라디오라스를 닮은 듯 파스텔 색감과 향기가 베어있는 그러나 결코 조용하지만은 않은 뜨거운 열정을 안은 모습으로 남아있기를 기대해본다.
삶의 여백을 나누어주며 함께 공유하며 더불어 살아가려는 중년의 꿈. 나이들수록 껍질이 딱딱해 지는 이기적인 추한 모습을 벗어 버리고 글라디오라스 닮은 향내를 주변에 넉넉하게 전해주는 중년이고 싶다.
뒤돌아 보았을 때 그 향내의 여운이 긴 그림자 드리워질때까지 오래도록 남겨지기를 기도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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