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성군 아버지 밑에 별 볼 일 없는 아들이 나오는 경우는 종종 있다. ‘명상록’으로 유명한 로마의 현제 아우렐리우스의 뒤를 이은 폭군 코모더스나 너무나 변변치 않아 아버지가 남에게 제위를 물려준 요순의 아들이 그 예다. 그러나 폭군 밑에 성군이 나오는 일은 극히 드문 것 같다. 가까이 김정일을 봐도 그렇고 멀리 사담의 아들을 봐도 그렇다.
사담의 큰아들 우다이(38)는 이라크 인들에게 아버지 못지 않은 저주의 대상이다. LA 타임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빨간색 포셰를 몰고 다니는 그는 이라크 언론 매체를 장악하고 있으며 이라크 올림픽 위원회 의장이기도 하다. 이라크 운동 선수들은 우다이만 보면 벌벌 떤다. 시합에 지는 날에는 우다이가 운영하는 ‘붉은 방’이라는 사설 고문 실에 끌려가 매질과 채찍질, 오물 통 처박히기 등의 수모를 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이끌고 있는 ‘사담을 위한 순교자들’이란 사병 조직은 정권 비판자들의 혀를 자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악명을 떨치던 우다이의 위세가 요즘 수그러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동생 쿠사이(36)가 아버지의 총애를 받으며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걸프전 이후 쿠사이가 맡은 직책은 유엔 무기 사찰단을 어떻게 감쪽같이 속이는가 하는 것이었다. 사찰 공작을 방해하기 위한 2,000명의 요원을 수하에 거느린 그는 사찰단이 이동할 기미를 보이면 일부러 교통 체증을 일으켜 사찰 시기를 늦춘다든가 기밀 서류를 기민하게 빼돌리는 일을 훌륭히 수행, 사담의 신임을 얻어냈다.
그는 현재 이라크 생화학 무기의 총책임자이며 정예 공화국 수비대와 수도 경비사의 사령관, 밀무역의 수괴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사담이 제거될 경우 그가 실권을 쥐게 될 것이며 생화학 무기 사용 여부도 그가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형을 제치고 그가 사담의 뒤를 잇게 되더라도 이라크 국민들에게는 별로 좋을 것 같지 않다. 동생 또한 잔인함에 있어 형 못지 않기 때문이다. 쿠사이는 이라크 비밀 경찰인 무카바랏을 이끌고 있다. 무카바랏의 주 임무의 하나는 반체제 인사 가족을 연행, 강간한 후 이를 비디오로 찍어 협박용 무기로 쓰는 것이다. 제임스 울지 전 CIA 국장은 “형은 재미로 사람을 죽이지만 동생은 비즈니스 차원에서 죽인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라크 망명객들에 따르면 후세인은 두 아들을 왕궁 내 설치된 고문실로 데리고 가 정권에 반대하는 이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교육시키고 있다고 한다. 후세인 나이가 이제 65이고 두 아들이 30대 후반이니까 권력 승계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이라크 인들은 앞으로도 30~40년 간 대를 이어 충성하는 ‘행복’을 누려야 할 판이다. 북한의 공산 왕조에 이어 이라크에 회교 왕조가 들어서는 것을 세계는 두고 봐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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