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자리지킨 식당들
타주서도 잊지않고 찾아와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주인 아줌마가 밝은 얼굴로 직접 날라주는 게 한결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건 모든 손님이 똑같다.
날씨가 우중충한 날이면 팔팔 끓는 돌솥 수제비 생각에 찾게 되는 6가 놀만디 플라자의 ‘마포 깍두기’. 주인 천연희씨는 사람 만나는 재미에, 작지만 인정이 넘치는 이 식당을 10년째 꾸려왔다.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지키다보니 뜨내기손님은 별로 없다. 그래서 가끔씩 푹 익은 깍두기를 사겠다는 단골들이 있으면 ‘인정상’ 그냥 퍼주고 만다.
마포 깍두기는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의 지정 식당(?)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승무원 숙소가 한 블럭 거리인 래디슨 윌셔 플라자호텔이어서 LA를 거쳐가는 승무원들이 언제나 편하게 들를 수 있는 동네식당이 됐다. 천씨에게는 승무원들에 얽힌 에피소드들도 많다.
한번은 길거리에서 위험을 느낀 여승무원이 지갑 속에 갖고 있던 가게 명함을 보고 ‘SOS 전화’를 걸어와 남편이 차를 몰고 구조대로 출동한 일도 있었고 단골손님인 기장을 집으로 초대했다가 우연히 부인이 또 다른 단골손님이었던 사실을 발견하고는 한바탕 웃기도 했다.
천씨처럼 주방과 매장을 오가며 갓 만들어진 음식을 손님에게 직접 날라주기는 ‘금다래’ 주인 신화진씨도 마찬가지. 만 14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신씨는 배가 출출해 보이는 손님만 보면 정성스럽게 만 김밥 한 접시를 그냥 내준다. 단골들도 벌써 몇번이나 물갈이 됐지만 칼국수에 담겨진 금다래 인심은 샌프란시스코, 뉴욕에 사는 한인들에게까지도 소문이 났다. 그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옛 단골이 부탁하면 칼국수에 넣는 고추간장 정도는 거저 담아준다.
신씨는 “맛과 서비스가 좋은 식당들이 주변에 많이 생겨 이젠 맛과 서비스로 경쟁을 해야하는 시대가 됐다”며 “하지만 일에 지쳐 피곤해 보이는 손님들에게 김밥 한 접시라도 대접하면서 기분을 풀어줄 때면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내 마음도 편안해 진다”며 환하게 웃었다.
“손님이나 우리나 미국에 와서 고생하기는 매 한가지인데 서로를 좀더 다정하고 인정 있게 대한다면 각박한 이민생활도 따뜻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하던 신씨는 ‘아줌마, 김치 좀 더 줘요’라는 소리에 낯익은 미소를 담아 ‘예’라고 대답하며 테이블로 걸음을 재촉했다. <배형직 기자>
hjba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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