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마일구간 식당 25개
톡톡튀는 메뉴와 상호
저마다 대표 별미 자랑

에퀴터블 빌딩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리셉셔니스트로 일하는 준 김(30)씨는 매일 점심때만 되면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을 한다.

먹을 게 마땅치 않아서가 아니라 먹을 데가 너무 많아서이다.

걸어서 갈 수 있는 6가 거리에만 한정식, 일식, 칡 냉면, 순대, 해물짬뽕, 월남국수 집 등 10여개 식당이 몰려있다 보니 한 2주 정도는 입맛에 따라 매일 식당과 메뉴를 바꿔가며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

김씨는 ‘먹자거리’의 중심에 있는 덕을 톡톡히 보는 셈이다. LA에 사는 유학생들은 6가를 서울 압구정동의 먹자골목에 비유한다. 크고 작은 식당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양새도 그렇고,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젊은이들로 바뀌는 고객층도 그렇다.

버몬트와 웨스턴애비뉴 사이 1마일 구간에만 식당이 25개나 된다. 이 가운데 한식집은 3분의 2 정도. 중국집이 하나도 없는 게 다소 의외지만, 그래도 직장인이 좋아하는 한정식과 일식, 젊은층이 즐겨 먹는 분식류 등 메뉴들이 다양하다.
한인타운 어디에서도 이같이 좁은 구간에 많은 식당들이 밀집돼 있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톡톡 튀는 식당과 메뉴도 여럿 있다. 1년 반전에 문을 연 ‘깜보’는 우동과 깁밥, 떡볶이 등을 엮어 콤보 메뉴를 판다. 조만간 족발, 순대, 튀김 메뉴도 추가할 예정이다. 6가의 유일한 일식집 ‘교토’는 일반 일식 외에 포장마차 식 오뎅과 꼬치구이를 시작했다.

‘먹거리 천국’은 호떡과 빈대떡, 오방떡 등 ‘떡 삼총사’로 승부를 걸면서 구슬 아이스크림(Frosty Bites)로 언밸런스의 균형을 이뤘다. 월드컵 거리응원의 원조인 ‘알배네’는 개량식 해물짬뽕과 쟁반 짜장면, 즉석 떡볶이로 기반을 잡았다. ‘이조밥상’은 밀봉 포장으로 위생 도시락의 이미지를 굳혔다.

하지만 먹자거리에서의 생존방법은 오로지 맛뿐이다. 톡톡 튀는 메뉴와 상호가 지금 당장은 고객의 관심을 끄는 데는 약효가 있을지 몰라도 기본적으로 음식의 맛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특히 모든 음식을 다 잘하는 게 쉽지 않은 만큼 별미 음식 한두 가지만이라도 맛나게 잘 하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다래’의 칼국수, ‘신정’의 간장게장, ‘전주한일관’의 콩나물국밥, ‘교토’의 참치뱃살 회, ‘마포깍두기’의 돌솥 수제비, ‘유천’의 칡냉면, ‘토방’의 부대찌게, ‘화개장터’의 은대구조림, ‘남대문집’의 염소전골 등 각 식당마다 트레이드 마크처럼 내놓는 대표 메뉴들이 존재하는 것도 바로 그같은 이유에서다.
밑반찬과 재료에 승부를 거는 업주도 있다. 1년9개월 전에 ‘신정’식당을 인수한 제니 이 사장은 “주메뉴는 간장게장과 고기구이지만 사실은 밑반찬에 가장 많은 신경을 쏟는다”며 “일주일에 3∼4회 정도는 밑반찬을 바꾸고있다”고 말했다.
50년 역사의 정통햄버거하우스 ‘카셀스햄버거’(Cassell’s Hamburger)는 냉동고기를 사용하지 않는 게 맛의 비결이다. 김학배(70)사장은 “마요네즈와 치즈는 홈 메이드, 감자는 신선한 아이다호산을 구해서 쓴다”고 설명했다. 한편 ‘알배네’ 이현단 사장은 “6가를 한인타운의 먹자골목이 아닌 LA의 먹자거리로 발전시키려면 1.5세, 2세는 물론 타 커뮤니티 고객들도 흡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특색있고 다양한 6가만의 메뉴를 개발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