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밤하늘을 보면 유난히 휘영청 달이 밝다. 한국에서 추석 때 보던 달과 똑같은 둥근 달이다. 이런 달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에서 지냈던 고향의 한가위가 더욱 더 그립다.
햇곡식을 빚어 만든 송편을 먹으면서 온 가족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던 그 때, 그 시절의 정취 말이다. 색동저고리의 추석빔을 입고 솔 냄새 속에서 빚어진 송편, 각종 햇과일들을 먹으며 웃음꽃을 피우던 한가위에 대한 향수. 이런 추억이 그리워짐은 나 혼자에게만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국 땅에서 맞는 한가위의 정취는 더욱 더 진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한가위에 담긴 아름다운 정서는 한국인만이 가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정취이다. 한가위는 농경시대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하는 제사의식이었다. 그런 한가위의 풍경이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약간 변하기는 했지만 기본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해지는 줄 모르고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잔치하던 한가위의 풍경, 다시금 돌아가 가족들과 한바탕 어우러져 놀고 싶은 소중한 추억들이 담겨있다. 올 추석 우리가 떠나온 한국 고향에서는 어떤 정취의 한가위 풍경이 벌어졌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그러한 한가위 잔치가 뉴저지 팰리세이드 팍 한인사회 인근 공원에서 지난 주말 성대하게 벌어졌다. 어디서 왔을까. 남녀 노소 할 것 없이 손에 손을 잡고 모여든 인파는 자그만치 3만명이 넘었다.
팰팍지역의 오버 팩 공원이 한인들의 물결로 장사진을 이룬 것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지역 정치인 수만도 20여명이나 됐다. 주최측은 물론, 정치인들도 설마 이렇게 많은 한인들이 몰려들 줄은 몰랐다고 놀라워하고 있다.
고향은 떠났지만 아직도 이국 땅에서 한가위에 대한 향수를 대단히 그리워하고 있음을 실감하는 자리였다. 언제 불경기가 있었느냐는 듯 모여든 주민들은 모두가 밝은 얼굴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보름달 아래 덩실덩실 춤을 추듯 너나 할 것 없이 한 마음이 되어 한바탕 어우러졌다.
왜 진작 이 지역에서 이런 잔치를 마련하지 못했을까 아쉬움마저 든다. 뉴저지지역에 한인인구가 계속 늘고 있으며 특히 팰팍 지역은 한인주민과 한인상권이 막강하게 장악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날 보인 한인들의 파워는 앞으로 이 지역 한인사회가 무엇이든 해나가는데 막강한 힘이 될 것이다.
한인사회 경제권이 이제는 뉴욕에서 뉴저지로 이동하는 추세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뉴욕의 플러싱 한인타운이나 맨하탄 브로드웨이가 렌트 및 지역요건으로 더 뻗어나갈 수 있는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맨하탄 지역에 상가를 두고있는 경제인들 대부분이 뉴저지를 거주지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6년 전만 해도 한국 간판이 별로 눈에 띠지 않던 팰팍 브로드애비뉴 지역이 이제는 10년만에 이 지역을 장악하다 시피 상권을 주름잡고 있다.
그럼에도 뉴저지 한인들은 언제나 뉴욕에서 하는 행사에 핵심 역할을 맡아오지 못해왔다. 이제는 대등한 위치로 상황이 바뀌면서 ‘우리도 자체적으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뉴저지 한인사회는 주민 50%, 100여개 업소로 지역상가의 97%를 장악하고 있을 정도로 한인 최대밀집지역인 팰팍을 포함해 나날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런 곳에서 벌어진 한가위 잔치는 그 동안 이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던 문제해결에 커다란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우리의 고유잔치를 갖는 것은 우리의 풍습을 즐기는 것 뿐 아니라 전통 문화를 지역인들에게도 알려 우리를 이해하는데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그동안 뭉치지 않아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던 15개 이상의 한인단체가 이번 행사를 통해 다시금 결속하고 화합하는 장이 되었다는 점에서도 이번 행사는 그 의의가 매우 크다.
시작은 반이다. 그런 점에서 이날의 성황은 뉴저지 지역의 한인사회에 밝은 미래를 가져다 줄 예고이기도 하다. 이국 땅에서 우리의 민족고유의 풍습을 이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평소에 바빠 만나지 못하던 가족들이 한가위를 기해 다같이 모여 정취를 즐기는 것은 대대손손 이어가야 할 아름다운 우리의 풍습이다. 뉴저지 지역의 밝은 보름달을 내년에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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