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소리가 가슴을 치고 올라올 때가 있다.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둥둥거리는 소리가 전신을 에워쌀 때가 있다.“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하는 노랫소리에 가슴속이 환하게 열리며 눈시울이 뜨끈할 때가 있다. 이는 우리 것, 내 것이기에 그렇다.
지난 13일 맨하탄 배터리 팍에서 9.11 테러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진혼굿이 열렸다. 코리아 소사이어티 초청으로 뉴욕에 온 박수 무당은 각 거리마다 다른 신(神)의 성격에 따라 춤추고 노래하고 말하였다.
징징거리는 징과 쩔렁거리는 요령 등 무악 장단에 맞춰 “어처구니없이 가신 님들 극락 왕생하시라. 이 나라에서는 천당이라고 하니 천당 가시라”며 억울한 영혼의 마음을 풀어 주었다.
마감시간이 바빠서 칠성단을 높이 쌓고 그 위에서 하는 작두 거리는 못보고 신문사로 돌아와야 했지만 우리의 전래 무속굿에 좀더 많은 한인들이 와서 보았으면 싶었다.
그것은, 종교의 색채 이전에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가 쌀자루 머리 위에 이고 수 십리 길을 걸어 깊은 산사로 들어가 가족과 조상들 잘 되기를 기원하던 정성어린 마음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미 주류사회에 한인들이 참가하거나 한인사회 행사에 가면 빠지지 않는 국악 순서로 부채춤, 사물놀이 등이 있다. 때로 모임 장소를 정확히 모르더라도 북소리나 장구 소리를 따라 가면 행사장을 찾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한국에 살 때는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는 국악 공연을 미국에 와서 살면서 수시로 보게된다.”고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어이구 또 부채춤이야 하다가도 역시 화려하니 좋네.”하며 애증의 마음을 보여준다.
기자 역시 한인 행사를 취재하다 보니 태권도나 국악 공연을 자주 가보게 되었는데 지금은 으레 그러려니 하지만 처음에는 정말 놀랐다.
태권도 승단·승급 시험 및 발표회가 열린 어느 고등학교 강당에 도복을 입고 선 수백 명의 수련자 95% 이상이 타인종이고 스탠드에 앉은 학부모 역시 백인, 히스패닉, 흑인 등 타인종 이었다. 또 강강수월래 공연을 보러 갔는데 빨강과 파랑 치마 저고리에 금박 댕기 머리를 하고 손에 손잡고 도는 여성 99%가 백인과 흑인이었다.
부끄러웠다. 분명 우리 문화인데 타인종들이 더 잘 알고 더 열심히 배우고 더욱 사랑하고 있어서.그래서 태권도를 배워볼 까 하여 도장에 물어보았더니 너무 나이가 들어 뼈가 굳어서 힘들다고 하고 한국 춤은 탈춤은 하겠는데 다른 것은 손과 발 동작이 헷갈려서 아예 엄두도 못 내었다.
우리는 우리 것이기에 항상 가까이 있다고 당연시하고 별로 사랑해 주지 않는 것 같다.국악공연이나 한인들의 잔치가 열려도 “늘 하는 것이지 뭐”, “뭐 보나마나 다 아는 것, 늘 보던 것인데 굳이 일부러 찾아갈 필요 있어.”하며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오는 22일은 뉴저지 추석대잔치가 열린다.
뉴저지 팰리세이즈 팩 오버팩 공원에서 민족 고유장터와 강강수월래, 제기 차기, 태권도 시범 등 우리 전통 민속놀이가 벌어진다.
연이어 청과상조회 추석맞이 대잔치와 맨하탄에서 하는 코리언 퍼레이드가 있다.볼거리, 먹을거리가 풍성한 우리 가을날 축제에 아이들을 데리고 참여해 보자.
같은 한인들이 한 장소에 가득 모여 한국 음식을 먹고 마시며 실컷 한국말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교의 장이 활짝 열렸다.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자라는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교육의 장은 없다.
아름다운 우리 전통문화를 눈으로 보고 입에 착 달라붙는 맛으로 즐기고 흥겨운 우리 가락을 몸으로 체득하게 하자.
오랜만에 벌어진 잔칫날을 우리 모두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해 보자. 한바탕 펼쳐진 풍성한 놀이 마당에서 우리 것, 내 것을 마음껏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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