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해군의 3급 하급장교(Petty Officer Third Class)인 줄리 쉴은 부시 대통령이 이란을 ‘악의 축’이라고 지목한뒤 지난 한해를 내내 파르시(Farsi)어 공부를 하면서 보냈다.
그러나 4월 들어 아프간 테러 전쟁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펜타곤의 국방언어연구소(Defense Language Institute)는 다리(Dari)어 클래스를 새로 개설했고 쉴은 하루 8시간 16주간의 다리어 집중학습반에 내던져졌다. 다리어는 파르시어와 비슷하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용되는 언어. 아프간 현지에서 차출해온 다리어 선생은 영어는 거의 쓰지 않고 다리어로 수업을 진행했다.
"정말 지독하고 한마디로 사람 죽이는 코스였다"고 전직 8학년 교사에서 통역관이 되기 위해 3년전 해군에 입대한 쉴은 통역코스의 어려움을 말한다. "다리어 통역자가 당장 필요하다"는 전장의 급전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통역교육은 단기간 극도로 집중된 형태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펜타곤의 국방언어연구소의 통역교육은 미국의 국익이 지금 어디에 걸려있고, 전세계에서 분쟁지역이 어디인가를 곧바로 알 수 있는 바로미터다. 테러 응징 캠페인이 몰아치면서 군과 행정부에는 다리어나 우르두(Urdu), 힌디(Hindi)어 등 중앙아시아지역 언어를 구사하는 통역관과 지도교사가 절대적으로 모자랐고 언어연구소는 급하게 통역인력을 교육시켜야만 했다.
사정이 이러니 언어연구소의 통역 클래스개설과 강의는 현 국제정세와 전황에 따라 매우 유연하고 민감하게 이뤄진다고 연구소 지휘관인 케빈 라이스 육군 대령은 밝혔다.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그는 베이징주재 미대사관에서 군속으로 지냈다.
펜타곤의 국방언어연구소는 올해 24개 언어에 걸쳐 3,200명의 통역관을 배출하며 내년에는 3,500명을 교육할 예정이다.
통역교육은 시대변화상을 민감하게 반영한다. 냉전시대에 중요했던 체코어와 폴란드어는 올해 빠졌고 10년전 이곳에서 가장 인기가 높아 수강생이 1,000명이나 됐던 러시아어는 지금은 수강생이 400명으로 급감했다.
최근 가장 각광받는 언어는 아랍어. 600명 이상이 63주 짜리 집중훈련을 받고 있는데 이라크와 이집트, 시리아의 지역 사투리도 숙달해야 한다.
중국의 부상과 언제라도 긴장될 수 있는 남북한 관계 때문에 중국어와 한국어도 수요와 중요성이 증가하는 언어다. 또 아프간 전쟁으로 미국과 중앙아시아 국가와의 관계가 확대됨에 따라 우즈벡(Uzbek), 파쉬토(Pashto), 타지크(Tajik)어 통역관의 필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최근 새로 개설된 다리 및 파쉬토어 클래스에는 50명의 학생이 배우고 있다.
10년전 만해도 거의 관심이 없었던 언어인 세르보-크로아티안어도 발칸반도에서 삼사천명에 이르는 미군병력이 평화유지 작전을 수행중임에 따라 현재 100명 이상이 이 언어를 학습하고 있다.
군의 통역관 필요는 정세와 전황에 따라 시급하지만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제대로 된 통역관을 교육시키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통역관들은 주로 신병훈련소 훈련을 마친 신병들을 국방언어연구소에 바로 입소시켜 배출한다. 교육기간은 언어의 난이도에 따라 25주에서 63주까지 다양하다. 기초교육을 받은 뒤 현지에 배속되기 전에 추가 교육을 또 받는다.
전쟁발발로 통역관이 급히 필요하나 교육된 인력이 없을 때는 통역 교사들이 급파되기도 한다. 언어연구소의 통역교사들은 대부분 경력 10년 내지 15년의 베테랑들인데 관타나모 베이와 큐바의 미군부대 수감 재소자 심문등의 사태가 발생할 때는 전체 85명 지도교사중 4분의 1이 몇주에서 몇 달간씩 현장에 파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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