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26일, 해발 98m 높이로 월드컵 공원 인근에서 최고 조망권을 자랑하는 하늘공원을 강바람 맞으며 산책하던 내게 문득 충청공 민영환이 미국에 갔을 때 지하철이 다니고 있는 것을 보고 탄식하였다는 말이 생각났다.[이 일을 어이할꼬! 이 일을 어이할꼬! 여기는 땅 아래로 기차가 다니는 데 우리는 사람을 메고 다니고 있으니 이 일을 어이할꼬! 빨리 주상께 아뢰어야겠다]
내가 국제회의 관계로 미국을 오가고 알량하게 하바드 대학에서 연수까지 한걸 합한 30년 재외동포 생활에 서너번 서울을 다녀 왔지만 이번처럼 길게 일년이 거의 다 되게 강원도를 빼고 전국을 다녀보기는 처음이다. 이제 월드컵이 끝나는 6월말이면 나도 자원봉사자 임무를 끝내고 내고향 샌프란시스코(이번에 더욱 이 곳이 내고향이어야 함을 굳혔다)로 돌아가야 하는 나는 어이할꼬! 어이할꼬!의 마음만 무성하다.
지방자치제의 발달로 저들은 21세기를 치닫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20세기적인 시점에 머물고 있으니 그동안 내가 만났던 손님들이 오시면 어디를 어떻게 보여 드려야 미국을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부끄럽지 않게 보일 수 있을는지…
서울에서 내가 머물던 곳은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마을 버스로 20분 거리인 은평구. 종로구나 서대문구에 비하면 엄청 열세한 구일 것 같지만 4개월동안이나 자원봉사했던 은평구립도서관의 멀티미디아실을 보면서 나는 컴퓨터 한 대 없이 동리 책방처럼 운영하던 우리 커뮤니티의 도서관 생각에 정말 [이 일을 어이할꼬!]이다.
한인회여 그리고 군소 단체들이여 제발 과시행정적인 행사를 지양하고 그런 돈으로 풍요로운 역사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세요.
쓰레기산이 광활한 초지로 바뀌고 남산과 한강, 서울 시내가 시원스레 펼쳐지는 하늘 공원의 정상에서 초속 4m의 강바람으로 돌아가는 풍력발전기가 공원의 가로등을 밝히는 이 밤에 나는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샌프란시스코를 향하여 길게 길게 소리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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