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자의 눈
▶ 김주찬 <취재부 차장대우>
어릴 적 한국에서 반공 교육을 받을 때 ‘북한에는 주거 선택의 자유가 없다’는 단골 메뉴가 있었다. 우리는 자유롭게 이사를 하는데 이사도 마음대로 못하는 북한이 얼마나 폐쇄적인 국가인가를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70년대 한국에서도 미국 이민을 가는 것을 매국노라는 비난하는 정서가 만연했던 적이 있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민도 역시 이사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사를 가는데 매국노라니.
미국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자유롭다는 점이다. 쓸데없는 권위나 연줄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고 범죄만 저지르지 않으면 남에게 간섭받을 필요없다.
그러나 ‘이민자의 천국’이라는 미국이 점차 요새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9.11 테러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있기는 했지만 이민자에 대한 각종 규제는 갈수록 도가 심해지고 있다.
외국인 방문자에 대한 비자 강화는 물론 금융 거래, 인권 차원의 각종 혜택 축소 등 전분야에 걸쳐 이런 규제가 심해지고 있다.
이사를 간 뒤 10일 이내에 주소 이전 신고를 이민국에 해야 한다는 법규는 그동안 거의 사문화된 것이었다. 이 규정이 다시 부활한 것이다.
보통 이사를 가면 우체국에 신고를 한다. 각종 메일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운전면허증은 물론 각종 크레딧카드에 신고해 주소 변경 사실을 알린다. 귀찮을 정도로 많은 업무다. 일일이 전화를 하거나 변경 서류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민국에 신고를 하는 것은 다른 차원으로 느껴진다. 내 자신의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 생활에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곳(정부)에 보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한인들은 "그까짓것 신고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이사를 못가게 하는 것도 아니고 별다른 불편이 있는 것도 아닌데, 뭐 그리 큰 상관이겠냐면서. 또 그런게 싫으면 시민권을 받으면 그만 아니냐는 말도 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시민권을 취득하는 것하고 다른 차원이다. 일본의 한인들이 외국인 등록증을 위해 지문을 찍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차별이라고 분노한다.
아직까지는 주소 이전 신고와 같은 규정이 차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똑같은 세금을 내고 살고 있는 이민자들이 왜 따로 신고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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