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벌리힐스에서도 프라임으로 꼽히는 캐년 드라이브와 브라이튼 교차지점에 올 2월 와인 전문점 ‘더 와인 샵 온 캐년(350 N. Canon Drive)’을 인수한 강혜진(49)씨는 미국생활 20년 만에 문화충격을 경험했다고 털어놓는다.
81년 이민 와서부터 해온 비즈니스인 수영복 제조업을 접고 새 업종을 선택하기도 어려웠지만, 이웃들이 새로 온 강씨 부부를 마치 별세계 사람 보듯 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샤핑명소 로데오 드라이브와 불과 몇 블록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주민은 백인, 그것도 베벌리힐스 토박이들만 모여 살아 마치 한적한 시골마을 같다고 한다.
20년 동안 이 가게를 해왔다는 이란계 전 주인도 가게를 인수하고 와인을 가르쳐주는 4개월 동안 강씨 부부가 함께 있으면 가능하면 떨어져 있으라고 눈치를 주는가 하면, 스타급 영화배우 등 20년 단골들은 낯선 아시안이 가게를 인수하자 하나 둘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와인 매니아들을 상대하면서 완벽한 영어를 구사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손님보다 모를 수는 없다는 생각에 와인 공부에 매달렸다. 업수 인수 넉 달째를 맞는 강씨는 그러는 새 이웃들과도 친해지고 점차 와인에도 눈을 뜨고 있다고 한다. 와이너리에서 물건을 살 때 마다 직접 시음하고 고르며, 손님 취향에 맞춰 새로 나온 와인을 권해주는 것은 와인샵 주인만이 누릴 수 있는 재미다.
전 세계 와인 400∼500여종에다 코냑과 위스키를 조금 곁들인 이 와인샵은 배우 미키 루크, 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 회사인 윌리엄 모리스 등 할리웃 관계자들과 이웃들이 주고객이다. 와인 전문점인 만큼 타운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고급 와인이 많으나 이 집에서 살 수 있는 명품중 하나인 82년도 보르도산 ‘샤토 무통 로스쉴드’(Chateau Mouton Rothschild)같은 것은 부르는 게 값이라 수집가들은 1,000달러 이상도 마다 않는다고 한다. 인도 쪽으로 난 아담한 와인바는 이 집의 또 다른 매력. 좀 더 내공을 쌓은 뒤 시음 공간으로 손님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이민생활 20년 만에 겪는 낯설음에 어리둥절해 서럽기도 했지만 정성스런 데코레이션과 입소문 홍보로 나만의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강씨는 "한인들도 오셔서 소맷자락에 와인의 향기를 묻혀가라"는 주문을 잊지 않았다. (310)246-9463 <김수현 기자> sooh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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