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가 뉴욕, 뉴저지 한인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월드컵은 이제 단순히 스포츠 경기를 넘어서 한인들에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라는 자긍심과 ‘우리는 하나’라는 일치감을 안겨주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한국인임을 자각하지 못한 한인 2세들에게는 정체성을, 미국인들에게는 한국과 한인들이 저력과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또 한인사회가 이번처럼 단결된 모습을 보인 것이 이민 역사상 처음이라는 평도 나오고 있다. 월드컵을 통해 표출된 한인사회의 새로운 단면을 짚어보고 보다 생산적인 계기로 삼자는 목소리가 높다. <편집자 주>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인 2세들에게 "왜 한국팀을 그토록 열광적으로 응원하는가"라는 질문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한국사람이 한국팀 응원하는 것이 뭐가 이상하냐’는 표정으로 그냥 웃는다.월드컵 경기에서 나타난 ‘대∼한민국’의 열풍은 뉴욕 한인 2세들의 정서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자신들을 ‘한국계 미국인(Korean-American)’으로 표현하기보다는 ‘한국인(Korean)’으로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며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짐으로써 자긍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팀의 월드컵 경기에서 나타난 한인 1.5세, 2세들의 반응은 열광, 그 자체였다.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자발적으로 붉은 옷과 두건을 입었으며 손에는 태극기를 들고, 얼굴과 팔 등에 태극 문양을 새겼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이른 새벽에도 경기를 지켜보았으며 주요 응원 장소에 몰려들었다. 서툰 한국말로 ‘대∼한민국’을 외치고, 선수들의 프로필을 달달 외우고 있다.

많은 부모들이 이번 월드컵 기간 중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응원을 나왔다. 퀸즈 베이사이드의 이윤희(40)씨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교육을 시키는데 이번 만큼 좋은 기회가 없을 것 같아 함께 응원장을 찾곤 한다"며 "애들도 스스로 신이 나서 필승 코리아를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 응원 장소에는 한인 1.5세, 2세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이 앞장서서 신명나는 응원을 주도했다.

뉴욕주 소재 아이오나대학의 김기석(심리학) 교수는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소수민족으로서 보이지 않는 주류사회의 벽을 느꼈던 한인 1.5세, 2세들이 확고한 정체성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미국사회에서 안정된 ‘2개의 정체성(Dual Identity)’을 가진 사람이 사회적으로 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고 정신 건강상으로도 좋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주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