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민족이 같은 시각, 한 가지 일을 위해 가장 많이 모인 날이 지난 18일 저녁이었다.
한국과 이태리의 16강전이 열린 이날 전국에서 약 450만명 이상이 길거리로 나가 전광판의 대형화면을 보면서 ‘길거리 응원’을 펼쳤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1919년 3·1운동 때 전국에서 동시에 ‘독립만세’를 불렀던 추정인구가 250만명 정도였다고 하니 축구열풍이 얼마나 큰 것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한국과 일본에서 공동개최되고 있는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한국팀을 응원하기 위한 열기는 과거 독재정권에 항의했던 4·19나 6·10 민주항쟁때 길거리로 나섰던 인파를 몇배나 능가하고 있다.
22일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에서는 500만명 이상의 시민이 길거리에 나와 응원할 것으로 경찰은 추산하고 있다.
■ 한국축구의 ‘8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은 이제 한국민에게 최고로 유명한 외국인이 되었다.
이제까지 한국인에게 가장 고마운 외국인은 6·25동란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이었다.
그러나 지금 히딩크라는 이름은 이순신 장군만큼이나 유명해졌고, 정부는 명예 국민증을 주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경제난과 각종 부정부패로 움츠러질 대로 움츠러든 한국민들에게 월드컵 8강 진출 만큼이나 자부심을 높여준 일이 한국역사에 언제 있었던가?
히딩크의 선수선발과 훈련방법, 작전은 이제 한국의 기업경영과 조직운영에 적용시킬 하나의 ‘바이블’로 인기를 끌고 있다.
히딩크는 모든 선입감과 기득권, 학연, 지연 등 실력 외적인 면을 배제하고 백지상태에서 선수들을 선발했다.
그리고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적용해 국가대표를 발탁했고, 아무리 무명이라도 실력만 있으면 주전으로 뛸 수 있도록 키워주었다.
이처럼 자신을 인정해주고 기회를 주는 감독을 믿고 선수들은 지옥같은 체력훈련을 이겨내 강팀으로 성장했다.
■한국팀 감독으로 히딩크를 영입한 것은 ‘닫힌 사회’의 폐쇄적 관행을 ‘열린 사회’로 열어준 계기가 됐다.
외부인에게는 열어주지 않는 닫힌 조직사회가 전통인 한국의 조직풍토에서 창의와 혁신을 구하는 것은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힘들다.
폐쇄적 사회관은 조직내 기득권자들끼리 담합해 현상에 안주시켜 생산성을 높이지 못한다.
이번 월드컵 8강진출로 본국의 한국인은 물론 미국의 한인사회도 열린 시각을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당장 편한 ‘내 사람’만을 부여안고 타인들을 ‘왕따’시키려는 편협된 시각으로 살기에는 세상이 너무도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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