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과 철학, 예술이 꽃피었던 고대 도시 아테네를 향한 동경, 그리고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떨려오는 남자, 조르바가 먹었던 음식이라는 이유로 그리스 요리를 대할 때면 항상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 앞선다. 그리스 여인 소피(Sofi)가 18년 전 자신의 이름을 딴 그리스 식당의 문을 연 이후 소피에서는 매일 밤 그리스 음식과 문화를 맛볼 수 있는 심포지엄(향연)이 열리고 있다.
아담하고 정겨운 실내에는 그리스의 신전을 떡 버티고 서 있던 카리아티스의 조각을 가져다 놓음으로 보기 좋게 나누어졌다. 플라카의 타베르나, 산투리를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들, 산토리니의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하얀 지붕 그림이 제 자리를 차지하고 걸려 있는 모습이 참 조화롭다. 기타 소리가 또르르 굴러가는 것 같은 그리스 민속 음악 부주키 (Bouzouki)의 애잔한 선율이 공간을 적시며 밤하늘의 별빛을 욕심껏 들여놓은 패리오는 낭만으로 가득하다.
연어 알을 올리브 오일과 함께 잘 뒤섞은 타라모살라타(Taramosalata), 가지를 으깨 향신료와 함께 무친 멜리츠노살라타(Melitzanosalata), 오이와 향료로 맛을 낸 요거트 자치끼 (Tsatziki)를 호떡처럼 쫄깃한 질감의 피타 브레드(Pita Bread)에 찍어 먹으면서 그리스식 만찬은 시작된다.
레몬과 향료로 맛을 낸 문어 구이(Ochtapodi), 시금치와 양젖 치즈로 안을 채운 스파나코피타(Spanakopitakia), 고소하게 튀긴 미트볼(Keftedes)도 어지간히 입맛을 돋궈준다. 포도 잎사귀에 싼 밥(Sofi Dolmades)을 앞에 대하자니 찐 호박잎에 밥을 얹어 싸먹던 기억이 난다. 케팔로티리 치즈에 그리스 술인 우조를 뿌려 손님 앞에서 직접 불을 붙여 주는 사가나키 (Saganaki)도 독특한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전채 요리.
한 마리를 통째로 구운 치푸라(Tsipoura)는 그리스에서 직접 들여온 생선을 이용해 본토의 맛을 즐길 수 있게 했다. 꼬치에 끼워 그릴 한 수블라키(Souvlaki)는 새우, 생선, 닭고기, 양고기, 쇠고기 등 종류대로 마련된다. 커다란 피망과 토마토의 속을 파내고 쇠고기와 밥을 채워 넣은 예미토(Yemito), 가지와 고기를 층층이 쌓은 무사카(Mousak) 역시 서구 문명이 시작된 나라의 풍미를 입안 가득 느끼게 해준다.
짙은 향의 그리스 커피를 다 마시고 나면 잔을 엎어 만들어지는 모양으로 점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할머니에게 커피 잔 읽는 법을 배웠다는 코스타스(Kostas) 말이 믿거나 말거나 올 가을 시집가겠다나.
<박지윤 객원기자>
jypark@koreato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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