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총영사관이 불법체류신분인 민원인에게 가짜서류를 팔아 여권을 신청하고 부당이득을 취하는 악덕브로커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불법체류자의 여권취득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현행 여권발급 지침이 브로커들의 불법행위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특히 IMF사태 이후 방문·관광비자를 갖고 미국에 왔다가 눌러앉은 한국인 불법체류자들이 여권갱신 시 주재국 체류허가서 첨부를 요구하는 현행지침 때문에 브로커들에게 적게는 400여달러, 많게는 수천 달러의 돈을 주고 가짜서류를 만드는 일이 빈발하면서 현행법을 현실성 있게 수정,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외통부는 최근까지 ‘불법체류로 인한 국위손상’을 이유로 일반여권 신청접수 시 주재국 체류허가서를 요구, 사실상 불법체류자가 여권을 발급 받을 길을 제한하다 올해 3월 관계지침을 수정 보완, ‘주재국에 체류허가서를 제출한 사람으로서 체류허가가 나올게 확실시되는 자’에 대해서는 신원조사를 필한 후 2년 만기 일반여권을 발급토록 했다. 외통부는 또 ‘체류신분변경 신청도 안한 불법체류자에게는 편도 여행증명서를 발급, 귀국토록 하라’고 공관에 지시했다.
그러나 ‘체류허가서를 받을 게 확실시된다’는 용어자체가 애매 모호할 뿐만 아니라 체류신분변경 신청조차 할 수 없는 형편에 처한 불법체류자들은 전혀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돼있어 담당영사의 재량에 의존하던 과거와 사실상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LA를 포함한 서부지역 공관들은 대부분 이 규정에 따라 여권발급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반면, 시카고를 비롯한 타지역 일부 공관에서는 체류신분증명이 없는 불법체류자에게도 여권을 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공관들 간 업무처리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불법체류신분인 이모씨는 "자국민을 보호해야할 영사관이 체류신분을 이유로 여권마저 내주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의지하란 말인가"라고 말했다. 또 최근 460달러를 브로커에게 주고 가짜 서류를 만들어 여권을 발급 받은 박모씨는 "IMF사태에 밀려 가족들 생활비를 벌려고 미국에 왔는데 체류신분 때문에 여권을 못 받게 하는 것은 야속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총영사관 관계자는 20일 "민원인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공관에서 현행법을 어겨가며 불법체류자 모두에게 여권을 발급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미 당국에 의뢰한 결과 불법체류자에 대한 우리 공관의 여권발급이 미 입국비자 발급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은 만큼 규정을 벗어난 업무처리는 어렵다"고 입장을 전했다. <하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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