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특파원 코너
▶ 김인영(서울경제 뉴욕특파원)
한국과 미국에서 요즘 공통적인 사회 이슈를 들자면, 바로 ‘부패와의 싸움’이라고 할수 있다.
미국에서는 에너지 회사 엔론의 회계 조작 스캔들이 지난해 말 이래 워싱턴 정가와 경제계, 뉴욕증시에 큰 파문을 던지고 있다. 최근엔 증권회사 메릴린치가 애널리스트와 짜고 투자가를 오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제전문 잡지 비즈니스 위크지는 최근호에서 ‘부패한 월가’를 커버스토리로 다룬바 있다.
한국에서 온 신문을 보면,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의혹으로 가득차 있다. 김 아무개니, 최 아무개니 하는 사람들이 권력층과 짜고 돈을 건넸다느니, 도피를 방조했다느니 하면서 의혹을 해명하라고 시끄럽다.
이 지면에서 한국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패 스캔들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엔 역부족이다. 그러나 부패에도 경제 원리가 작용하고 있고, 부패가 시장 경제에 어떤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은 인간을 ‘이성적인 동물’로 규정하지만, 실제 인간의 마음은 탐욕이 지배한다. 탐욕은 사회적 규범의 틀을 넘어설 것을 유혹한다. 이득이 생기기 때문이다.
경제 원리는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이익을 남기는 것’이다. 이 원리를 달성하는 지름길을 바로 부패가 열어준다. 서울에서 시끄러운 벤처 비리를 보자. 벤처 붐을 타고 떼부자가 된 기업인이 권력자 주변을 등에 업고 금융 기관에 신용한도 이상의 돈을 빌릴 수 있고, 그 돈을 다시 주식에 투자, 엄청난 돈을 벌었다. 시세차익으로 생긴 공짜 돈은 권력자에 적당히 떼줘도 엄청난 이문을 남길 수 있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 이익을 남기는 경제 원리가 시원하게 해결된다.
미국의 스캔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월가 애널리스트는 말 한마디로 주가를 움직일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증권회사는 애널리스트를 앞세워 특정 종목의 주가를 띄워놓고 팔면 누워서 떡먹기다. 애널리스트도 적당히 소속회사에 충성하면 100만 달러 이상의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부패는 선의의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혀 시장 경제의 공정성을 왜곡하고, 세금을 탈루시켜 재정을 약화시킨다. 부패는 심할 경우 한 나라의 경제를 붕괴시키는 독버섯과 같은 존재다.
예를 들어보자. 한국에서 요즘 거의 사라졌지만, 운전자가 교통위반을 했을 때 단속 경찰에게 만원짜리 한 두 장을 내밀고 해결한 경우가 흔했다.
운전자로선 딱지를 먹었을 때보다 적은 비용을 물면서 벌점을 면하고, 교통경찰로서도 봉급 이외의 돈을 챙기게 된다. 그러나 이는 국가 재정에 들어가야 할 돈이 교통위반자와 경찰에 의해 새나가는 것이다. 이같은 탈세와 부패로 러시아와 아르헨티나가 국가파산의 치욕을 당한 전례가 있다.
미국에서도 애널리스트 분석을 믿고 투자했던 사람들은 엄청난 손해를 당했다. 엔론 경영진을 믿었던 투자자들은 주식이 휴지가 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거짓말을 하고 그 이득을 챙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등을 친 것이다.
지저분한 부패 스캔들에서도 굿뉴스는 있다. 한국에서 과거처럼 정치권이 재벌총수를 불러 수백억원의 검은돈을 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일은 없어졌다. 부패 단위가 겨우(?) 몇억원 단위로 줄었고, 아마 몇 년후에는 몇천만원 단위로 낮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미국에서 회계 조작 또는 애널리스트 사기 스캔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미국 기업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도 건실한 시장 경제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면이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과 미국에서 부패 스캔들을 다루는 과정이 너무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에선 최고 통치권자를 겨냥한 정치적 폭로가 주요 목적이라면, 미국은 비뚤어진 시장 원리를 바로 잡기 위한 자기 개혁 과정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에서 스캔들을 터트리고 확산시키려는 세력들이 과거에 깨끗하지 않았고, 탈세를 했다는 사실이 또 다른 걱정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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