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재료를 가지고 서로 다른 맛이나 향기를 내는 비결은 손맛에도 있겠지만 어떤 양념(spice)을 무슨 용도로 사용하는가에도 달려있다.
통칭해서 말하는 양념은 소금이나 설탕, 후추 같은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고춧가루, 마늘가루, 오레가노, 파프리카, 시네몬까지의 특별한 맛과 깊이를 가미하는 것까지 미국에서 생산되거나 팔리는 것만 해도 수백 종류가 있다.
이같이 양념의 종류가 많은 것은 미국이 전 세계인들이 다 몰려오는 이민의 땅이며 그들이 미국각지에 세운 고유한 전통식당에서는 독특한 양념의 요리를 선뵈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수요를 의식한 업계는 독특한 한가지 맛을 내는 양념을 생산, 수입하는 것은 물론 잘 어울리는 여러 가지 양념을 한꺼번에 섞어서 또 다른 양념을 만들어 내고 있다.
따라서 과거에는 세계 어느 한구석에서만 생산되던 양념이나 허브, 향신료 등이 이제는 사용하기 쉽게 분말, 알갱이로 가공되어 전국의 수퍼마켓 진열대에서 저렴한 값으로 팔리고 있다.
개인당 양념 소비량도 크게 늘어나 1980년에는 2파운드였던 것이 2000년에는 3.7파운드로 증가했다. 식탁에서 개인들이 요리에 사용할 수 있는 양념의 가짓수도 속속 개발되어 지난 4년 사이에 8%나 늘어났다.
소금, 설탕 외에 미국에서 양념으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것은 역시 후추(black pepper)다. 다음 순서는 마늘가루(garlic powder), 다진 양파(minced onion), 시네몬(cinnamon), 칠리가루(chilli powder)이며 파슬리 플레이크(parley flakes), 넛맥(nutmeg), 바실(basil), 파프리카(paprika)와 커민(cumin)도 많이 팔린다.
그 외에 맛과 향이 강렬한 안초 칠리 페퍼(ancho chile pepper), 칩포틀 칠리페퍼(chipotle chile pepper), 가람 말사라(garam malsara), 레몬 그라스(lemon glass), 레드커리 파우더(red curry powder), 와사비파우더(wasabi powder) 등도 최근 많이 찾고 있다.
양념 종류는 뚜껑을 잘 닫아 통풍이 잘되고 그늘진 곳에 저장하면 3~4년까지 두고 쓸 수 있다. 오븐 위나 전열기 부근, 또는 햇빛이나 습기 있는 곳에 두면 안 된다. 그렇다고 냉동실에 두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여러 가지 양념이 섞인 분말도 1~2년은 쓸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효과적인 사용방법은 독특한 향이 옅어지기 전에 사용하는 것이다.
<이정인 기자> jungi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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