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에 모금행사가 만발하지만 그 중에서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행사가 있다. 지속적인 물밑작업으로 한인YWCA가 이끌어낸 지난 주일의 Y회관 확장 기금모금을 위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 연주회가 그 것이다.
이 음악회는 Y의 이 공연을 실현시킨 노력도 노력이거니와 세계적인 음악가 정경화씨가 한인들에게 보여준 헌신적 기여, 2,200명 객석을 몽땅 채운 한인들의 엄청난 참여도로 한인사회에 유례없는 기적을 창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음악회가 특별히 우리들의 기억에 남는 것은 주인공 정경화씨의 열광적인 연주도 연주지만 한인들의 높은 관심도, 주최측의 숨은 노력 등의 3박자가 한인사회에서 보기 드문 대 성공의 결정체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닐까. 이날 보여준 한인들의 열기는 앞으로 이슈만 있으면 한인사회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한인들의 관람매너도 공연에 참석했던 미국인들이 어느정도 수준 급이었다고 평했다는 후문이고 보면 한인사회 문화수준이 예전보다 높아졌음을 말해주고 있다.
YWCA에 따르면 연주회 후 가진 디너파티에서 초대된 미국인들은 하나같이 "한인들의 문화 수준이 이렇게 높은 줄 몰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를 기해 한인들은 분명 문화에 대한 이해와 수준이 어느 인종에 못지 않는 민족으로 자리 매김을 하였으며 미국인들에게도 성숙된 문화민족의 모습을 당당히 확인시켜 주게 되었다. 공연이 끝난 후 만난 한인들은 저마다 "이 행사가 감동적이었고 훌륭한 음악회였다"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Y와 이 음악회가 있기까지 적극 협조를 아끼지 않은 후원자 및 뉴욕타임즈 등 언론기관, 그리고 조금도 소홀함이 없이 성심을 다한 정경화씨, 완벽한 반주로 아름다운 곡을 연출하는데 모자람이 없었던 피아노 반주자 로버트 쿨렉씨, 성숙된 문화민족으로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 한인 모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대가가 연주하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환경임에도 불구, Y의 요청을 기꺼이 받아들여 한인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한 정경화씨에게 특별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땀이 목에서 줄줄 흘러내릴 정도로 이날 연주에 혼신을 다했던 정경화씨, 그녀가 이 공연을 위해 매일 매일 집에서 맹연습했다는 걸 보면 그가 이 연주를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정경화씨는 이번 연주에서 "어떠한 공연이건 간에 연주를 할 때면 그 것이 생애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는데 이는 그녀가 공연마다 어떤 자세로 임해 왔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며 세계적인 대가가 되기까지 그녀의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충분히 가늠하고도 남는다.
마치 신들린 것 같이 음악에 따라 달라지는 그녀의 변화무쌍한 감정표현과 제스처는 감히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특유의 매력포인트였으며, 그녀가 한평생 닦아온 연주기량과 한데 어우러져 이날 음악회는 그야말로 인생 황금기인 50대에서나 볼 수 있는 완숙 미의 극치로 비쳐졌다. 그녀는 이처럼 뛰어난 연주로 이날 한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모처럼 한인사회 주말을 흡족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아직도 공연시간을 못 맞춰 다른 청중들에게 방해를 준 일부 몰지각한 한인들의 코리안 타임이나 연주가 끝나기도 전에 박수를 보낸 일, 공연이 끝난 후 기립박수를 보낼 때 더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지 못했던 점등은 ‘옥의 티’처럼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쨌거나 지난 10여 년 전 ‘품바’ 공연이래 한인사회에서 처음 대성황을 이룬 이번 전경화씨 음악회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특별한 여운을 남긴다. 그녀는 분명 한인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준 한국의 자랑스런 딸이요, 보물임에는 틀림없다.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한인사회에 자주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