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3) : 둘다 예술가들인 60대 초반의 박모씨와 김여인은 4년전 ‘우아하게’ 이혼했다. 두사람은 30여년간 비교적 평탄한 결혼생활을 보내왔으나 갱년기가 지나고 자녀들이 떠나면서 서로 달라진 모습을 발견했다.
아내는 성관계에 흥미를 잃고 작품에만 몰두하기 시작한 데 반해 남편은 오히려 더 인생의 활기를 찾고 그레이 로맨스를 원했다. 때마침 박씨에게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자 이를 눈치챈 김여인이 먼저 헤어질 것을 제안했다. "마음이 아픈건 사실이지만 나보다 남편에게 더 잘 해주는 여성이 나타났으니 나 혼자 살면 모두가 행복하다"는 넉넉한 배려였다.
어쩌면 그녀에게 예술이라는 또 다른 삶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르지만 재산을 사이좋게 양분하고 헤어진 이 커플은 이혼 후에도 가끔 만나 차도 마시고 자녀소식을 주고받으며 안부를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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