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2년 11월 라스베가스 특설링에서 챔피언 레이 맨시니와 14회 혈전 끝에 사망한 복서 김득구의 이야기를 다룬 한국영화 ‘챔피언’의 야외세트가 지난달 말 세펄베다 댐 인근에 완성돼 최근 5일 분량의 촬영이 진행됐다.
기자는 이 영화가 한국내 최고의 흥행신화를 일군 ‘친구’의 감독과 배우 등이 다시 뭉쳐 만든다는 것, 처절한 타이틀전과 잇따른 죽음으로 한인들의 가슴에 큰 파문을 던진 복서의 삶을 그린다는 점, LA 인근에 제법 큰 세트를 지었고 한인들이 엑스트라로 나온다는 것 등 독자들의 관심에 부합하리라는 판단으로 서둘러 취재에 나섰다.
영화의 투자·배급을 맡은 코리아 픽처스의 영화실장과 현장에서 만나기로 취재 협조를 사전에 구하고 막상 세펄베다 댐에 도착하자 뜻하지 않은 난감함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트장의 외관을 둘러보며 관계자를 찾던 기자와 사진기자에게 다가온 현지에서 고용된 듯한 한인 스태프는 우리의 신분을 밝히자 대뜸 "한국에서 오셨어요 아니면 LA에서 오셨어요?"라고 물었다.
LA라고 말하자 그녀는 "한국에서 기자들을 초청해 왔으니 차후에 그쪽에서 모든 정보를 얻으라"는 ‘고마운’ 안내를 잊지 않았는데 말인즉슨 "촬영은 한국에서 불러온 기자들에게만 공개하고 당신은 출입이 곤란하니 돌아가 달라"는 것.
졸지에 세관에 붙잡혀 추방되는 아랍인 같이 된 기자는 이날 약속한 영화실장의 이름을 대며 들어가자고 했지만 "그런 사람은 없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흙먼지 바람을 마시며 가벼운 실랑이 끝에 그녀가 마지못해 확인에 들어갔고 결국 프로듀서를 만나 세트에 ‘입장’해 관계자들을 만나 취재에 들어갔으나 씁쓸함은 가시지 않았다.
극비리에 추진된 군사기밀 작전도 아니고, 홍보를 위해 한국에서 돈 써가며 30명 가까운 기자를 불러온 이들이 애당초 현지의 기자들에게 연락도 없던 것은 흥행과 관련한 홍보 효과가 한인사회와는 무관하다는 판단이니 그렇다 치자. 어차피 기자도 영화 홍보와는 상관없이 독자들에게 흥미 있을 이야기를 전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흥행에 영향이 없다면 독자들의 알 권리가 아예 무시돼도 좋은지는 의문이다. jjrh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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