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과 2등의 차이는 2등과 3등의 차이와는 다르다. 그것은 단순한 양적인 숫자의 차이가 아니라 질적인 차이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의 차이는 크다. 한국에서는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 포상금은 물론 병역까지 면제다. 후진국일수록 금메달리스트에게 베푸는 정부의 혜택은 엄청나다.
‘맨발의 아베베’로 불리우는 에티오피아의 아베베비킬라가 1960년 로마올림픽에 참가했을때 그는 육군 일등병 신분이었다. 그런데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따자 일등병에서 대위로 특진 했다. 그후 64년 도오쿄오 올림픽에서 또 우승하자 거리에 그의 동상이 세워지고 셀라시황제가 저택을 하사 했다. 그는 국민의 우상이었으며 거리에 나서면 시민들이 고개숙여 절하고 환호 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백명의 외교관과 맞먹는다. 차우체스쿠의 독재정권으로 유명했던 루마니아는 체조의 요정 코마네치를 배출했다. 코마네치는 올림픽체조 역사상 10점 만점을 받은 기록을 낳았으며 76년-84년 사이 올림픽과 월드챔피언쉽 골드메달을 21개나 차지했으니 신화를 창조할만도 하다. 그러나 그녀는 정부의 기막힌 대우를 뿌리치고 사선을 넘어 서방으로 탈출해 더욱 영웅이 되었다.
체코는 ‘인간기관차’로 불리우는 자토벡을 낳았다. 핀랜드는 누르미라는 올림픽영웅을 배출했다. 누르미는 3회에 걸친 올림픽 출전 (1920-1928)에서 9개의 금메달과 3개의 동메달을 따낸 수퍼스타다. 놀웨이는 피켜스케이팅에서 연속 세번 금메달을 차지한 소니아헤니의 전설을 갖고 있다. 이들은 평범한 우승자가 아니라 인간드라마를 연출해낸 메달리스트들이다.
그러나 금메달만이 올림픽정신은 아니다. 지고도 참을줄 아는 자세도 올림픽정신이다. 미셸콴이 사랑받는것도 그 때문이다.
1등이란 상대적 개념이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나보다 더 잘하는 선수가 나타나면 나는 2등에 머물게 된다. 반면 나보다 더 못하면 내가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92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야마구찌양은 빙판에 손을 댈 정도로 실수했는데도 다른 선수들이 넘어졌기 때문에 금메달을 차지하는 행운을 얻을 수가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앞선수들이 모두 쓰러지는 바람에 꼴찌가 우승을 검어쥔 빙상 쇼트트랙 오스랄리아의 브래드뷰리선수도 행운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이렇게 우연히 행운을 차지한 금메달리스트에게는 드라마가 없다. 금메달리스트이기는 하지만 존경받지는 못한다. 올림픽에서 수많은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하지만 우리에게 기억되는 선수는 극소수다. 만약 김동성선수가 금메달을 땄다면 지금처럼 화제를 모을 수 있었을까.
억울하게 메달을 빼앗겼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동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동선 펀드’를 만들고 빙상연맹에서 금메달 포상금을 지급하고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은 좀 지나친 감이 든다. 그렇다면 앞으로 심판이 불공정하여 금메달을 놓친 선수에게는 모두 그런 대우를 해주어야 할것이다. 이것은 올림픽정신이 아니라 한풀이다.
김동성선수가 정말 한국 스포츠사에 남는 수퍼스타가 되려면 억울하게 금메달을 놓쳤는데도 월드챔피언쉽등에서 7전 8기하여 우승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2006년 동계올림픽에 출전하여 메달을 딸 수 있다면 그는 정말 올림픽영웅 대열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우승하는 것만이 모두가 아니다. 반미감정과 올림픽경기가 얽혀 올림픽정신과는 전혀 거리가 먼 후유증을 보이고 있다. 인간드라마는 없고 아우성만 있으니 딱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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