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문을 열자 퉁퉁 부은 눈으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들어선다. 서른을 갓 넘긴 남자가 두 살 짜리 아들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앞 트럭에서 스페어타이어가 운전석으로 날아들어 아들과 남편을 영영 잃은 두 여인, 그나마 살아난 아기. 또 서른 다섯 살 아빠는 두 달 그리고 세 살 먹은 두 딸과 모처럼 소파에 누워 낮잠이 든다. 그러나 아빠는 영원히 깨지 않는다. 기계와 약품을 만져야 하는 엉뚱한 사진관 일이 내 팔자가 된 후 그나마 작은 기쁨은 남의 기록하고 싶은 대소사에 끼어 보아주고 결단코 좋은 데만 찍어 왔을 경치 감상과 새로 태어난 아기의 신비함을 보는 일에다 추억장사라고 스스로 품위격상 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람들처럼 사후 혼자 찍은 사진이 영 마땅치 않아 가족사진에서 다른 식구들을 컴퓨터로 지우고 영정사진을 만드는 일은 대부분 젊고 안타까운 준비 못한 이별이어서 돈을 번다해도 괴롭기 짝이 없다. 어제는 사십대로 여섯 살 난 딸과 오월이면 태어날 아기의 아빠 추모예배에 다녀왔다. 그날 따라 지금껏 엄마에게 잘못한 것이 후회돼 꺼이꺼이 울었다든지 부인에게 했다는 단 몇 시간도 못 지킬 행복필수보장 약속은 산 사람들 가슴만 더 찢어 놓는다. 다시 또 컴퓨터로 이산가족 만들며 하필이면 왜 배씨 성은 가져 자꾸 남산만한 아기엄마 배만 화면 가득하게 하는지 몰랐다면 더 편했을 무정한 사람. 가게로 오는 15분 길도 열 번은 더 멈추었다 오는데 내 수십 년 일생을 스스로 만든 온갖 우상으로 덫을 놓고 멈추면 안 된다고 정당방위하며 살아온 날들. 이제라도 그간의 중단 없는 전진과 스트레스의 함수관계를 우선 멈춰 허심탄회하게 풀어 볼일이다. 어찌 날아오는 것이 타이어뿐이랴! 쉬는 날 일회용 카메라라도 들고 자연으로 나서보자. 나 없는 내일과 내일 없는 나에게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미리 보고 반드시 세상에 온 도착 순서대로 가지 않는 무질서와 나의 끝에 대해 한번 심각하게 명상해보자. 언젠가는 내가 돌아갈 흙을 밟고 들꽃을 배경으로 지나는 행인에게 셔터한번 눌러 달래도 거절할 사람은 없다. 뽑아온 독사진 벽에 걸어 두고 속으로 우선 멈춤이라 명명하고 가끔씩 그 앞에서 숨을 가다듬는다고 뭐 그리 구박이야 받겠는가. 갑자기 나와 친구로 지내고 싶은 하루. 사진관 아줌마는 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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