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세계인의 관심을 끄는 이유가 올림픽 기간 중 속출하는 이변 때문이 아닌가 한다. 동계 올림픽 6일째 한국팀의 메달 소식이 없다가 예상치 않게 중국의 두 양양 선수를 물리치고, 어린 고기현 선수와 최은경 선수가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란히 받았다. 경기를 관람하면서 정신 없이 친 박수로 두 손은 얼얼했고, 메달이 확정된 후 두 선수들보다 더 기뻐했고 흥분한 사람은 바로 기자회견에서 통역을 맡은 필자였던 것 같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지난 칼럼에서 금메달만 메달이 아니라고 했는데도, 예상했던 대로 한국 기자단의 관심은 모두 금메달 수상자에게로만 쏠려 있었다. 은메달 수상자는 기자회견에서 미국인 사회자로부터 은메달 수상 소감에 대한 한마디만을 부탁 받았을 뿐이다. 은메달 수상자가 예선에서 세계 기록과 올림픽 기록을 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올림픽 기간 중 이변이라면 우선 피겨스케이팅의 판정 시비로 은메달 수상자에게 금메달을 수여함으로써 공동 금메달 수여로 일단락 지은 사건을 들 수 있다. 또한 금메달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한국 남자 5000미터 계주 팀이 예선에서 실격되었으며, 김동성 선수가 한국에게 금메달을 선사할 것이라고 장담했던 남자 1000미터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는 메달을 전혀 따지 못했고 앞서가던 선수 네 명이 모두 넘어지는 바람에 가장 뒤에 오던 호주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이변을 낳았다.
경기 후에 호주 선수를 포함한 메달 수상자들의 기자 회견에 들어갔었는데 그들의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금메달이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 대한 기쁨을 표하면서 농담까지 하는 여유를 보였다.
동메달 수상자인 캐나다 선수는 기자 회견실에 준비된 무대 위의 의자에 앉으며 "넘어지면서 엉덩이에 혹이 났나봐요. 앉기가 어렵네요" 했고, 호주 선수는 "호주 국가가 연주될 때 가사를 잊지 않고 있었던 것에 놀랐다"며 농담을 했다. 금메달을 노렸던 미국의 오노 선수는 은메달 수상의 아쉬움과 실망을 나타내는 대신 호주 선수의 금메달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최선을 다해 뛰었다고 말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이들의 태도에서 진정한 올림픽의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금메달만 메달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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