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추락된 올림픽 정신이 20일 그 극점에 달했다. 숏트랙 1천5백미터 경기에서 1등한 김동성에게 미국은 애매한 반칙이라는 올가미를 씌워 자국민 오노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온 한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이 때문에 한국은 미 심판진을 법원에 제소하고, 또 한편에서는 스키 릴레이 경기에서 판정에 불만을 품은 러시아팀이 올림픽 보이콧트를 고려하는등 반미감정이 거세게 일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이번 올림픽 경기는 미국의 이중성을 들어낸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겉으론 승자에 박수를 보내는 것 같지만 속으론 온갖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패거리적 승리논리만이 판을 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경기는 미국인들의 승부의식이 한국처럼 획일적이지 않고 다원적이라는 측면에서 배워볼 점도 있다.
미국인들의 경쟁의식은 아무래도 조금 유연하다. 작년의 대통령 선거도 그렇고 미국인들은 승리를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지면 깨끗이 물러난다. 조금 인간적이다. 지고싶지 않은 자세가 역력하고, 지는데는 인색하지만 한번 지면 패자는 말이 없다. 당시 고어 후보가 부시의 부당성을 알고 있었지만 일단 승부가 나자 깨끗이 물러났다. 더 이상 시끄러워지지도 뒤끝도 없었다. 한국 같은 획일주의 승부사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마도 데모가 일어나도 한참 일고, 온 나라가 난리판을 겪었을 것이다.
오노의 금메달 씌우기 작전에서도 미국다운 면을 보여주었다. 미국은 경기도 벌이기도 전에 오노를 TV에 비쳐주며 금메달감이나 어쩌니 떠벌리면서 온갖 심리전을 다 동원, 한국 선수에게 압박을 가했다. 경기 결과 한국선수(안현수) 때문에 넘어져 금메달을 놓친 오노는 ‘숏트랙 경기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라며 깨끗이 승복했다. 그러나 20일 금을 빼앗긴 김동성은 어떠했는가. 태극기를 집어 던지며 분노를 토했다. 슬로우 비데오 판정 결과 태극기를 던진 것이 아니라 스케이트에 걸려 떨어진 것이라 하지만 아무튼 미국신문에서는 대문짝만하게 ‘금메달을 빼앗긴 한국 선수 태극기를 팽개치다’등의 표현으로 한국민을 망신시켰다. 메달도 빼앗기고 위신도 추락했다.
물론 화난 마당에 태극기가 눈에 보였을 리가 있겠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조금 억울하더라도 일단은 승복하는 여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올림픽 정신이 실추됐다’등의 구호로 메달이 다시 돌아오겠는가. 올림픽은 지구촌의 잔치다. 어떻게 메달 경쟁에만 국한시킬 것인가. 또 장소도 미국이 아닌가. 좋은 의미에서의 인간적인 승부욕, 나쁜 의미에서의 농간이 작용할 수 있는 것이 스포츠의 세계다. 최선을 다한 패배는 억지 금메달보다는 훨씬 우위에 있다. 과격한 감정폭발로 이미지까지 실추시키면 금메달 잃는 것보다도 손해보는 장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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