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동안 우리아이들이 도시락을 먹지 않고 다시 가지고 오는 일이 빈번히 있었다. 내가 싸준 도시락이 맛이 없거나 늘 다른 친구들이 가져오는 도시락이 더 맛있는가 보다 고심했었다. 그런데 작년 초부터는 4학년 짜리 딸과 7학년 짜리 아들은 한술 더 떠서 따듯한 베트남 국수나 스시롤을 점심 시간에 맞추어 가져다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다른 친구들의 엄마들이 그렇게 한다는 것이었다.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을 그럴 때 써야 하나보다 했다.
나는 작년 여름에 아프리카에 다녀왔다. 아프리카에서 20일 넘게 지내는 동안 냉장고나 텔레비전을 가지고 있는 집을 거의 보지 못했다. 아침 식사를 준비할 때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기껏 감자나 바나나 정도였다. 다행이 가져간 마른 미역이 있어 그것을 듬뿍 넣어 국을 끓일 수 있었다. 그런 식사는 그곳에서는 감지덕지한 풍성한 만찬이었다. 그런데 길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몰골을 보면 그들의 배고픔에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미안 할 뿐이었다. 무엇을 나누어 준다해도 그들의 숫자는 너무나 많았다. 그 여행을 통하여 나는 이곳 미국에 사는 나의 아이들이 샌드위치를 한입 먹다가 쓰레기통에 집어 던져 버리는 일, 그리고 칩과 초콜릿과 같은 과자는 거의 하루에 한번씩은 먹는 일이 예사로운 것을 생각하며, 풍요 속에서 빈곤을 불평하면서 살고 있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나도 미국의 풍요로운 삶 속에서 우리 아이들을 잘못 훈련시키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아프리카에 다녀온 후, 나에게 생긴 변화는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생기는 감사하는 마음과 싸 준 도시락을 먹지 않는다고 속상해 하거나 점심시간에 맞추어 따듯한 점심을 싸다 주지 아니하면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하는 양 불안해하던 내 습관이 사라진 것이다. 이제 나는 냉장고가 비어야 시장에 가게되었고 아이들에게는 자기들이 먹기를 원하는 것들을 직접 고르게 한 후 점심을 직접 싸 가게 하였다. 그렇게 시작한지 반년이 지난 요즘엔 우리아이들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그것은 아이들이 더 이상 점심 불평을 안 한다는 것이다. 자기들이 직접 싼 점심이기 때문이라서 인지 예전처럼 먹다마는 습관도 없어졌고 이제는 점심을 맛있게 먹게 되었다. 오늘처럼 일주일에 한번 정도 내가 볶음밥을 싸 줄 때면 탱큐! 탱큐!를 연발하며 기쁜 얼굴들로 학교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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