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마디로 난리다.
20일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천5백미터 결승전을 지켜본 한인들은 모두가 흥분된 어조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쇼트트랙은 111.12미터의 타원형 아이스링크를 누가 빨리 도나를 겨루는 경기이다. 그래서 기록보다는 순위가 으뜸이다.
이 종목에서는 코너를 돌 때 속도를 줄이지 않고 도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키가 작은 한국인의 체형에 잘 맞고, 한국은 쇼트트랙에서 강세를 지켜왔다.
김동성은 ‘크로스 트랙’이라는 반칙을 범하지도 않았고 정당한 기술로 뒷 선수를 견제하며 1위에 골인했다. 그러나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 5명의 심판은 미국선수 아폴로 오노의 ‘할리우드식’ 과장된 제스처에 넘어가 김동성을 실격처리하고 오노의 손을 들어주었다.
오죽하면 한국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이태리 선수가 ‘오노에게 총이라도 겨누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을까? 이번 판정은 미국식 영웅을 만들기 위한 협잡이었다.
■ 이번 동계 올림픽이 열리기도 전부터 미국의 신문과 방송들은 이 대회를 계기로 상한 미국인의 자존심을 세우려는 흔적이 노골적으로 보였다.
전세계인의 스포츠제전 입장식에 뉴욕 테러에 찢긴 성조기를 입장시킴으로써 미국인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추모의 장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것까지는 미국에 사는 기자로서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벤트였다.
그러나 평소에 스키와 피겨 및 스피드 스케이팅이외에는 관심도 없던 미국의 언론들이 대회가 열리기도 전부터 갑자기 ‘아폴로 안톤 오노’라는 시애틀 출신의 틴에이저를 우상화하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는 ‘동계 올림픽에서 주목해야 할 미국선수’로 오노를 선정했고, 금메달 4개가 확실하다고 극찬했다.
일본계 편부 슬하에서 자란 오노는 사춘기에 불량배들과 어울렸고, 아버지는 오노를 바로잡기 위해 스케이팅을 시켰다고 보도했다.
오노의 금메달 4관왕을 이루기 위한 미국 올림픽 조직위의 전략도 치밀했다. 원래 일주일만에 끝나야 하는 쇼트트랙 경기를 2주 이상 끌면서 오노가 이틀씩 쉬고 네 종목에 모두 출전할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았다.
■ 정치인이 대중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사용하는 수법으로 흔히 스포츠(Sports), 영화(Screen), 섹스(Sex)와 같은 ‘3S’를 이용한다.
미국언론은 동계 올림픽을 통해 테러로 구겨진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세우려는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다.
미국에 가까운 캐나다 페어스케이팅팀이 은메달에 머물자 ‘부당한 판결’이라고 언론이 벌떼처럼 일어났다. 이같은 압력으로 IOC는 캐나다팀에 금메달을 수여, 금메달이 두 개나 나오는 기이한 전례를 만들기까지 했다.
가능하면 미국편에 서고자 애쓰는 기자이지만 이번 쇼트트랙 경기에 나타난 미국인들의 ‘비뚤어진 애국심’을 보면서 진정한 미국의 힘이 어디로 갔는지 묻고 싶었다.
적이라도 등뒤에는 총을 겨누지 않는 미국 개척자들의 정신은 땅에 떨어졌다. "미국이 왜 테러까지 당하면서 세계인의 미움을 받는지 알게됐다"는 한 네티즌의 글을 읽으며, 이제는 금메달 하나라도 더 뺏으려는 강대국의 욕심에 슬픔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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