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성 실격판정… 한국“스포츠 재판소 제소”
20일 솔트레이크시티 아이스센터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1500m 결승전에서 1위로 골인하고도 어이없는 실격판정으로 금메달을 놓친 한국 김동성 선수에 대해 전문가들은 물론, 미언론들조차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이날 경기에서 초반 뒤처져 있던 김동성이 여섯 바퀴를 남기고 바깥 주로에서 빠른 스케이팅으로 선두로 치고 나왔다. 김동성의 여유있는 레이스에 다른 선수들이 비집고 올 틈이 없었다. 그러나 한 바퀴를 남겨놓고 미국의 오노가 김동성을 바짝 뒤쫓았다.
피니시 라인을 반 바퀴 앞두고 김동성이 마지막 코너를 돌려는 순간 뒤따르던 오노가 흠칫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살짝 들었다. 김동성이 자신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동작이었다. 그러나 특별한 신체접촉도 없었을 뿐더러 김동성은 시선도 돌리지 않았다.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오노를 제치고 피니시 라인을 지난 김동성은 금메달을 땄다며 두 손을 불끈 쥐었고 대형 태극기를 들고 얼음판을 돌았다. 그런데 그때 ‘김동성이 크로스트랙(Cross Track·상대방의 레이스를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것) 반칙으로 실격됐다’는 장내방송이 나왔다.
김동성은 순간 이성을 잃은 듯 태극기를 내동댕이 친 뒤 고무패드를 발로 걷어찼다. 반면 오노는 두 팔을 치켜들었다. 미국 관중은 자국의 금메달에 환호성만 연발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한 한국팀의 전명규 감독은 “곧바로 항의했지만 심판들로부터 ‘이유없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올림픽을 치러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심판(미국·영국·호주) 수준이 정말 문제가 많다”고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한국선수단은 이날 임원회의를 열어 국제빙상연맹(ISU)에 강력하게 항의하는 동시에 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정식으로 제소키로 했다. 김운용 대한체육회장도 자크 로게 IOC위원장과 오타비오 친콴타 ISU회장 등에게 강력하게 항의할 예정이다.
이번 판정과 관련, 타임스 기자는 “ridiculous”(웃기는 판정이다), 영국 더 타임스지 기자는 “심판들이 승부를 바꾸려 한다”고 했고 뉴욕타임스지도 “쇼트트랙 경기가 오늘 밤 이상한 곳으로 미끄러졌다”며 “이는 2002년 동계 게임에서 분명히 또 하나의 논쟁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하는 등 김동성의 실격 판정에 대해 현장을 지켜본 언론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솔트레이크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NBC가 ‘김동성의 실격은 정당한가’란 주제로 즉석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26만 여명이 접속해 96%가 ‘부당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TV를 지켜본 한인들도 대부분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시카고에 사는 이준성씨는 쇼트트랙 경기에서 유독 한국선수들만 불리한 판정을 많이 받는 것 같다. 특히 김동성 선수는 지난번에도 아깝게 메달을 놓쳤는데 이번에 또 억울한 판정을 받았다"면서 "심판들이 미국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고의적으로 편파판정을 한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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