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미시간주 오키모스라는 소타운에서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의 미국 도피생활은 죄를 짓고 피해다니는 도피자의 모습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으로 도피한 지난 99년 9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약 2년반 동안은 매우 자유로운 생활을 해왔다는 것이 주위의 전언이다.
이씨는 시카고와 LA 등에서도 잠시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시카고 지역에서의 그의 행적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시카고지역에서는 일정한 거처를 두고 생활하지 않았고 미시간주 랜싱과 오키모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랜싱지역에서는 한국 검찰로부터 수배된 인물답지 않게 매우 여유있는 생활을 했다. 메리디안 타운쉽의 놉 힐(Knob Hill)아파트에 살았던 이 기간동안 이씨는 부인 정영희씨 또는 처남댁인 정영희씨로 추정되는(부인과 처남댁은 이름이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과 한인 식품점이나 동네 비디오가게도 잘 다녔으며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과 노래방에도 드나들었다. 그를 알아보는 한인들이 없었기에 가능했다.
이번 체포후 이씨에 대해서 알게된 오키모스 타운내 한인업소 주인들은 하나같이 그를 조용하고 인상좋고 점잖은 ‘젠틀맨’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들은 그가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의 피의자로 수배된 인물이라고는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이구동성으로 전했다. 그는 센트럴 미시간대학의 방문학자(visiting scholar)프로그램을 신청, J1 비자로 비자변경까지 마쳐 합법적으로 살면서 사진도 찍으러 다니고 도자기 굽는 법을 배우기도 하는 등 수배인물답지 않게 여유있는 생활을 했다.
이씨는 한국정부의 묵인아래 도피생활이 아닌 정상적인 미국생활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씨를 접했던 한인들은 이씨가 한국정부의 묵인아래 도피생활을 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까지 표시하면서, 한국정부가 갑자기 방침을 바꿔 그의 체포를 FBI에 독촉했으며 이는 올해의 대통령선거와 관련한 정치적 ‘계산’때문일 지도 모른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이씨의 한가로운 생활은 그러나 FBI가 누군가의 제보로 그의 소재를 알게되면서 부터는 도피생활로 바뀌게 된다.
이 시점이 1년전. FBI는 이씨가 놉 힐 아파트에 사는 것을 알고 체포계획을 세웠으나 이를 눈치챘는지 이씨는 이사를 했다. 그래서 FBI는 이씨가 미시간주를 떠나 타주로 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이씨는 타주가 아닌 인근 오키모스 타운내 월든 폰드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스티브 리’라는 가명을 사용했으며 아파트도 정영희씨 이름으로 임대했다. FBI가 자신을 찾고 있음을 인지한 이때부터 이씨는 외출도 삼가고 부인이나 친척이외의 사람들과는 일체 접촉을 피하는 조심스런 은신생활을 하게 된다.
한인업주들이 이씨가 갑자기 보이지 않았다고 한결같이 얘기하는 시기가 1년전이라는 점이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그러나 이렇게 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또다시 누군가의 제보를 받고 들이닥친 FBI에 체포, 도피생활의 종지부를 찍었다.
체포과정에서 수갑을 채우려는 수사관들에게 저항하다 이마 부분에 가벼운 상처를 입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 이씨는 현재 추방을 요구하는 한국정부에 맞서 변호사 4명을 선임해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석희씨는 한국에서의 정치자금 불법혐의, 미국도피생활, FBI에 의한 체포 등 지금까지의 과정은 물론, 앞으로의 추방여부까지 한국과 미국의 한인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해원기자
미시간 랜싱 이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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