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뒷마당에는 도도라 불리는 진돗개와 후리웨이라 불리는 수캐가 살고 있었다. 내게는 뛰어 봤자 그저 개였지만 일생을 개와 함께 살았다고 자부하는 남편의 유별난 개사랑은 집에 들어오면 애들은 뒷전이고 엄마가 밥은 잘 먹여주냐 잘 놀았느냐 마치 소설 속 계모에게 맡겨 논듯 개들과 주로 인간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어느날 도도의 후손을 보려고 멀리 백구에게 시집을 다녀온 후 정말 배가 살살 불러왔다. 후리웨이는 작고 귀여운 털복숭이로 항상 둘이 좋아 쩔쩔매는 모습이 심상치 않던 남편은 혹 둘의 새끼가 나오는 것 아니냐고 수상쩍어 했다. 나는 저렇게 작고 귀여운 개가 무슨 벌써 아빠가 되겠냐고 끝까지 우겨댔고 진돗개를 기다리는 친구가 현관 앞에 놓고 간 벌써 조금 더러워진 뇌물 카펫 때문에라도 있어선 안될 일이었다. 도도를 닮은 강아지 세 마리는 남편의심에 아랑곳 않고 탈없이 잘 자라 주었는데 문제는 털까지도 잘 자라주는 거였다. 두 달간 강아지들 옆에 살다시피 하며 도도 친자 확인소송 사건에 휘말려 승리를 꿈꾸었으나 세 마리 모두 길어진 털이 눈을 덮고 나서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그리곤 그 동안의 난리를 생각하며 한바탕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저 강아지가 귀여운 친구들은 새로 막 생겨난 종자들을 편견 없이 데려가 산책 길엔 지나던 사람들이 반드시 다가와 뭔 종류냐고 신기해 묻는다는 것과 그 중 한 마리가 잠시 우울증으로 병원 신세를 졌다는 소식 외엔 지금까지 건강히 종족보전을 하고 있다. 그때 즈음 내가 읽고 있던 책엔 꼭 나를 겨냥한 듯한 글이 씌어 있었는데 우리는 매사에 꼭 이것 이것만이 옳다고 우기는 만만주의에서 벗어나 남의 의견도 존중하여 그것도 맞으며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생각해 보는 도도주의자가 되자는 글이었다. 나 자신 수없이 침 튀겨가며 만만을 외치다가 뒤늦게 스스로 낯 붉어지던 경험이 줄 서있던 터에 그 말은 때맞춰 내게 신선한 깨달음을 주었다. 나는 오늘도 아침저녁으로 뇌물카펫을 밟으며 어제와 오늘이 만만을 주장하는 고정관념과 선입관 편견으로 살진 않았나 아무일 없던 듯 어슬렁어슬렁 여유를 부리며 돌아다니는 도도의 이름과 사건을 통해 나의 하루를 가차없이 점검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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