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가요대상에서 방송전문인들의 투표로 뽑힌 가수가 유승준이다. 연예인들이 께임으로 승부를 겨누는 프로에서도 시청자들이 뽑은 최후 승자도 유승준. 그의 빛나는 눈, 다부진 체격, 추종을 불허하는 승부 욕, 실제 국가 대표 구기 선수들과 겨누는 께임에서도 그는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그가 어린 나이에 고국을 떠나, 미국 영주권자 면서도 군 복무를 받겠다고 했을 때는 국민가수라는 호칭까지 추가되었다.
두 마리의 토기를 잡으려던 그가 입국이 거부되었다. LA 가족과 함께 걷는 사진에서는 승준씨의 팔을 끼고 있는 행복한 어머니에 비해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군대 문제를 속이려 기보다는 미국 가족들 설득을 받아드렸을 것이다.
우리의 삶이란 순간의 결정과 그것이 실행으로 이어지고 남겨진 결과의 집약이다.
순간 결정으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던 정상의 가수가 하루아침에 거짓말쟁이, 배신자로 추락되고 말았다. 기대가 큰 만큼 반감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요즈음 그는 물 떠난 물고기처럼 보인다. 밥을 거를 수 없듯이 그가 어떻게 음악이란 꿈을 놓고 살수 있는가. 그동안 받아온 국민적 사랑과 가수로써 정상에 섰던 보답을 위해서 또한 자신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는 한국으로 돌아가 군복무를 받아야 한다.
인생은 한번이다. 이대로 머무적거리면 부정 축재해서 해외에 도피해 사는 이들처럼 불명예로 이름을 더럽히고 끝나게 된다. 국민가수란 공인이다. 제대로 된 공인이란 남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다. 군복무를 받고 나면 댄스 가수의 수명은 끝난다는 변명은 그가 지금까지 보여온 명쾌한 행동에 견주면 구역질나는 변명이다.
군복무기간이란 남을 위해 살아가는 시간이다. 꼭 한번 시간이 멈춘 기간으로 간주되는 군복무, 결코 썩어버린 시간이 아니다. 공동체를 일원이 되는 능력을, 극한을 이겨내는 인내를, 자기를 다스릴 줄 아는 기술을 습득한 기간이었다. 한마디로 군화를 내 발에 맞추는 게 아니다. 발을 군화에 맞추는 것처럼.
히스테리컬한 병무담당자들도 이 기회에 법과 감정의 한계점을 명시할 줄 알아야겠다.
군사정부시절 한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는 여전히 밤 비행기이었다. 비행기안에는 거의가 안면 있는 북가주 거주 동포들, 의자에 기대어 모처럼 고국여행의 단맛을 음미하고 있을 때, 한 낯선 젊은이가 탑승하더니 K씨의 두 대학생 아들을 데리고 내렸다. 한참만에 병력문제로 조사할 것이 있다고 불려 나간 것을 알았다. 그들 때문에 비행기도 연착했고, 두 학생이 백지장처럼 하얀 얼굴을 하고 올랐을 때서야 우리들은 한숨을 몰아 쉬며 안도했다.
부모들은 서너 살에 미국으로 데려온 아들을 군대 기피하려는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승준씨의 부모들은 그를 보내주어야 한다. 사랑은 보내는 아픔이라 하지 않는가.
춤과 노래를 잃은 승준씨는 지금 사람 사는 게 아닐 게다.
수 년 전 UC 버클리의 한국어 고급반에서는 필자의 수필집으로 종강하는 날, 작자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며칠 후 뜻밖에도 그중 한 학생이 나를 찾아 왔다. 그도 다른 학생들처럼 미국에서 태어났으면서도 한국어를 선택했지만 부모님들의 욕심으로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소망은 한국 S기업에 취직하여 세계를 누비며 세일즈 하여 아버지 나라를 빛내고 싶다는 것이다. 부모님을 설득하는데 도움을 달라는 것이었다.
내가 고작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모국에 대한 실망도 클 것이라는 점이다.
"선생님 저도 방학마다 한국에 나가 그 점을 챙겨 봤는데 분명 좋은 점이 더 많았어요."
쿠바작가 페르단데스는 한 쿠바 작가 토론회에서 "나는 대륙 유학기회를 얻어 그곳에서 공부하고 좋은 일자리도 얻어 계속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오래지 않아 쿠바로 돌아 왔습니다. 쿠바는 나의 조국이고, 그 조국의 미래에 나의 삶과 문학의 미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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