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적인 반미감정이 국익에 별로 도움이 될 것은 없다 하더라도 근래 미국의 ‘악의 축’발언은 조금 너무한 듯 싶다. 미국은 요즘 ‘미국’에 저촉되는 것은 모두 ‘악의 축’이라는 억지논리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부시의 ‘악의 축(axis of evil)’ 발언은 오랜만의 남·북 해빙무드를 다시 결빙시키고, 금강산을 오가는 등 화해무드에 젖어 평화통일의 단꿈을 꾸고있는 수천만 한민족 가슴에 비수를 꽂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돌이켜 보면 한민족은 해방 후 50여년동안 6.25같은 동족상쟁을 통해 국력을 허비하고, 순수한 차원의 체제적(공산, 민주) 경쟁보다는 국가 위정자들의 정권유지 차원에서의 아웅다웅, 대립의 연속선을 그으며 지구상 유일하게 분단 국가로 남아있다. 이런 차원에서 김대중 정권의 대북 포용정책은 크게 환영받을 만한 일이었다. 또 ‘햇볕 정책’등이 국민들에게 던져줬던 희망은 클 수밖에 없었다.
부시의 이번 대북 강경 발언은 평화통일을 바라는 대다수 한국민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공격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북한이 아직 미국 등 서방 세계에서 그 신뢰성을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무조건 미국만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도 견제해야할 사항이었다. 그동안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포용정책’이 일시적인 대북 관계에 숨통을 트이게 할지는 모르나 지나친 저자세 정책이 자칫 북한에게 이용수단으로 전락될 수 있음을 수없이 지적해 왔다. 이번 부시의 대북 강경 발언은 장기적 안목에서의 미국의 외교 현실을 반영하는 솔직한 정책이라는 견해가 나올 수 있다. 국가대사를 결정하는 큰 문제일수록 우리는 근시적 감정보다는 미래를 지향적 이성적인 노력에 원천적인 신뢰감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시기(時期). 이번 부시의 발언은 시기적으로 타당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창 무르익는 남·북 해빙무드에 부시정권은 도움은 못 줄망정 쪽박을 깨고 말았다. 대국(大國)으로서의 여유보다는 마치 실추된 위상을 힘으로 만회하려는 듯한 초조한 면모를 통해 국제적인 야유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북한이 아직 이렇다할 설득력 있는 평화적인 노력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오늘날의 국제 정세상 미국은 아직 한반도에서 ‘힘의 축’으로 존재하고 있다. 통일은 자국 국민의 노력에 맡겨야 한다. 한반도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한반도의 ‘힘의 축’으로서 남북대립을 다시 유발시킬 미국의 무분별한 언동은 오늘날의 미국 위정자들의 정신상태를 의심케 하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