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에 할머니가 수술 후 한 달간 양로원에 계셔야 했었다. 치매가 심하신 할머니는 간호원들에게 물조차 달라 못하시고 그냥 몇 시간이고 갈증을 참으시며 식구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시곤 했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 그곳 생활에 적응도 못하시고 음식은 아예 입에 대시지도 않았다. 거의 십년 가까이 할머니를 집에서 돌보고 계셨던 고모는 음식을 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집과 양로원을 왔다갔다하셨다. 할머니의 점심이나 가끔 차려드리던 나는 고모의 그런 모습을 보기만 해도 미안하고 속상했다. "그런 상황에서는 부모님을 공경하는 것보다 하나님을 믿는 것이 더 쉽다"던 친구의 말에 공감이 갔다. 밥상을 차려주는 고모를 보고 때론 "댁이 누구요?" 하고 물어 오는 어머니를 회복 후 다시 집으로 모시고 가는 고모 내외분을 보면서 내가 알지 못하는 하나님의 비밀이 어떤 것인가 생각해보았다.
올해 초부터 한미 봉사회를 통해 연로자 방문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자원 봉사자의 한 명으로 할머니가 계셨던 그 양로원을 찾아 갈 수 있었다. 그곳에 계신 한국 할아버지와 할머니들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였다. 첫 방문 날 나는 옆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울고만 계시던 한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 어디 아프세요? 왜 우세요?" 하며 다가가 그 분의 팔을 쓰다듬어 드리니 울음을 그치시며 나를 간절히 쳐다보시기 시작하셨다. 그때 마침 따님이 오자 따님의 치마폭에 얼굴을 파묻고 길 잃었다가 엄마를 찾은 아이처럼 엉엉 우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무척이나 아팠다.
늙으면 어린아이가 된다는데... 먼 타국에와 자식들 뒷바라지하다 늙어서는 가족을 떠나 말도 안 통하는 양로원에서 남은 생을 보내는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모습은 멀지 않은 나의 모습을 보는 듯 남의 일이 아니었다. 이제나 저제나 자식들이 찾아올까 금방 다녀간 자식들을 또 기다리며, 혹시나 하며 하루종일 문밖을 쳐다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 베이 지역에도 우리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말 통하는 친구들과 남은 생을 편안하게 보내실 수 있는 곳이 하나 생겼으면 너무나 좋겠다. 한인회나 교회, 절들이, 또 우리 한인 교포들이 이제는 힘을 합쳐 우리 노부모들을 위해 이런 것 하나는 지을 때가 된 것 같다.
그날이 빨리 오길 나는 오늘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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