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의 주요 경기를 방영하는 NBC-TV를 최근에 자주 보게 됐다.
아이들과 함께 시청할 때 한국팀을 제외하고 가장 열심히 응원하는 팀은 역시 미국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이상 미국팀을 응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국팀이 나오는 경기에서는 고국을 거의 모르는 아이들조차 한국을 응원했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결선에 오른 한국의 이규혁이 TV에 나왔을 때 아이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고 코리아’를 목청껏 외쳤다.
아깝게 5위에 그쳤지만 역주하는 이규혁을 응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눈이 찌푸려지는 것은 캐나다 페어스케이팅 선수들의 눈물 흘리는 장면이었다. ‘심판의 편파적인 오심’으로 몰고 가려는 NBC-TV의 의도가 너무도 확연히 보였다. 시상식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건 러시아 페어스케이팅조 보다는 캐나다의 제이미 세일이 흘리는 눈물에 더 많은 장면을 할애했다.
경기가 끝난 다음날에도 NBC측은 캐나다 선수와의 특별 인터뷰를 예고하면서 ‘눈물 장면’을 계속 방영했다. 미국인들에게 캐나다는 거의 한 나라나 마찬가지다. 프로야구와 프로하키 리그를 함께 하고, 두 나라간 비자가 면제되고 관세장벽이 없는 등, 국경선만 그어져 있을 뿐 두 나라 국민들 사이에 심리적인 경계는 거의 없다.
이미 올림픽 개막식장에 뉴욕테러에 찢어진 성조기를 입장시킨 미국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애국심을 한껏 고양시키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페어 스케이팅 중계를 본 한인중에는 러시아팀이 점프후 착지동작에서 약간 불안했지만 연기력에서는 앞섰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록경기와는 달리 예술적인 연기력이 더 높은 배점을 받는 피겨스케이팅에서 판정시비는 항상 일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불만족스러운 판정이 다른 나라 선수에게 일어날 경우 잠잠하지만 미국이나 미국인에 우호적인 국가 선수에게 일어나면 벌떼같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연합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금메달이 가장 유력했던 한국의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5000미터 계주에서 미국선수의 비신사적인 반칙으로 민룡이 넘어져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비디오 분석에서도 미국선수의 반칙이 밝혀졌지만 한국팀 감독은 이의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이유는 괜히 미국에 대들었다가 더 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고.
올림픽에서 순수 아마추어리즘은 자취를 감춘지 오래고 이제 선수들은 돈과 명예를 위해 치열한 열전을 벌인다.
출전국들도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스포츠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까지 나서서 올림픽을 오염시키는 것은 우려되는 일이다.
더구나 NBC-TV는 88올림픽 때 한국에 대한 왜곡된 보도로 악명이 높았다. 그렇기 때문에 피겨스케이팅 경기 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NBC-TV의 보도자세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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