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기분에 빠져 의욕을 상실한 채 무능감, 고립감, 허무감, 죄책감, 자살충동 등에 사로잡히는 일종의 정신질환. 임상적으로 가장 흔한 정신장애증의 하나로 성인 10명중 1명은 일생동안 한번이상 경험한다’
백과사전에 나온 ‘우울증(depression)’에 대한 설명중 일부다. 근래들어 미국에서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컬럼비아의대의 정신과 교수인 마크 올슨박사가 최근 미의학협회지(JAMA)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울증 치료 경험이 있는 주민수가 지난 87년 170만명에서 97년에는 630만명으로 10년새 누려 4배나 급증했다. 미국에 이민온 한인들 가운데 특히 우울증 환자가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중국계 정신과 의사인 젱씨는 한인들의 우울증 발병률이 아시안중 가장 높을 뿐 아니라 백인 중산층에 비해서도 자그마치 2.5배나 높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물론 표본조사인 만큼 오차도 있고 신빙성도 100%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는 사실자체만으로도 한인들에겐 경종을 울릴만 하다고 본다. 정신없이 일하고 자식키우는 일에만 온통 신경을 쓰다보니 자신의 몸을 돌볼 겨를이 없는 게 이민 한인들의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고장이 나고야 만다. 일부에서는 우울증을 일생에 한번쯤은 겪게 마련인 ‘정신적 감기’쯤으로 가볍게 여기기도 하는데 그러나 상당수가 심각한 경우로 발전하기도 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2년전 한인들도 많이 사는 네이퍼빌시에서 한 여성이 남편과의 불화 끝에 우울증세를 보이다가 계속 악화돼 급기야 자신의 세 남매에게 약을 먹인 후 목졸라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나 산후 우울증세가 심해져 갓난 아기들을 살해한 여인들도 여럿 있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울증은 이렇듯 엄청난 비극을 불러올 수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젊은 연령층에도 적지 않지만 주로 40-50대에 많은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평소보다 말수가 적어지면서 만사가 귀찮아지고 금방했던 일도 잊어버리며 집중력도 떨어진다. 또 기분은 괜찮은데도 소화불량, 두통, 변비, 설사, 성욕감퇴 등의 신체적 이상증세만 나타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증상을 가벼이 여기고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특히 한인들은 정신병에 매우 부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어 대부분 숨기기에 급급,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의사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겉으론 멀쩡하지만 심리적, 정서적 장애를 가진 한인들이 적지 않음에도 정신과 상담을 꺼리다가 매우 심각한 상태로 진전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는 것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신체적인 이상에만 각별한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 몸은 조금만 이상해도 약을 찾지만 정신적인 아픔은 자각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신체보다는 소홀하기 마련이어서 간과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정신적인 문제 또한 무시해서는 안된다. 이런 글을 쓰고나니 갑자기 나자신도 우울해지는 것같다. 우울증인가?...
이해원 취재부장 dhlee5@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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