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에 접한 트레이시 한인 주부 김미애씨의 ‘설 파티’ 소식은 신선하다.
그녀는 이민 생활 23년 동안 한번도 설이라고 특별한 상차림을 해 보지 않았다고 한다. 남편이 미국인이어서 철저하게 미국문화 속에서 살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언제부턴가 스물 스물 한국적인 것이 그리워지더란다. 미국인들에게 당당하게 한국 문화를 보여주고 싶은 갈망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설날 저녁 대부분 미국인인 30여명의 이웃사람들과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메뉴는 당연히 떡국과 한국음식이었다. 즐거운 파티였다. 초대받은 미국인들은 한국의 설 풍습에 큰 관심을 보였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떡국이지만 아주 맛있게 먹어 주었다. 설 파티 소식은 지역신문 ‘트레이시 프레스’에까지 알려져 미국인 기자가 직접와 취재도 하고 사진도 찍어갔다.
그녀는 미국에 와 살면서 그렇게 가슴 뿌듯하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비록 한국에서와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미국인들에게 떳떳하게 우리 세시 풍습을 소개한 것이 여간 대견스럽지 않다.
지금쯤 한국에서는 객지에 나가있던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여 한바탕 시끌벅적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나눠 먹고, 얘기꽃을 피우면서. 이 시간을 통해 오랜만에 가족 간의 유대감을 확인하고 쌓였던 불만도 푼다.
한국인에게 설은 이렇듯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오래된 풍습이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야 여느 때처럼 아이들은 학교 가고, 어른들은 직장이나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구정이라고 해서 특별한 의미를 두거나 행사를 준비하는 한인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휴일도 아니고 바쁜 미국생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가는 일이다. 그러나 비록 미국에서 평일처럼 맞는 설이지만 너무 소홀히 넘어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우리의 전통적인 명절을 즐기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한국에서처럼 주부들이 ‘명절증후군’을 갖지 않도록 가족들의 자발적인 배려가 전제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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